지적장애인 '장애인콜택시' 단독탑승 거부는 차별…法 "위자료 지급하라"
법원 "자기결정권, 선택권, 이동권 있어…장애인 차별행위"
-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지적장애인은 보호자를 동반해야 한다는 규정을 이유로 장애인콜택시 탑승을 거부한 것은 장애인 차별 행위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정하정)는 30일 지적장애와 뇌병변 장애를 가진 홍성일 씨가 서울시·서울시설설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장애인차별중지 손해배상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2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에게는 헌법상 자기 결정권, 선택권, 이동권이 있고, 장애인콜택시에 단독 탑승해 이동할 권리를 가진다"며 "이 사건 조치는 장애인 차별금지법 조항에 따라 차별행위를 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특히 원고는 자립을 도모했는데 단독 탑승 이용하지 못해 상당한 불편을 겪었을 것"이라며 "다만 피고들로서 시민들 안전을 고려해 탑승 제한 제한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은 참작해 위자료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홍 씨 측이 청구한 소송 가액은 500만 원이었다.
홍 씨는 뇌 병변과 지적장애를 가진 중복 장애인으로 장애인 콜택시 이용 대상자임에도 2023년 4월 서울시설공단으로부터 "지적장애인은 보호자를 동반해야 한다"는 이유로 탑승을 거부당했다. 보행이 어려운 휠체어 사용자임에도 주장애가 지적 장애라는 사유에서다.
당시 서울시 장애인콜택시 이용 기준에 따라 '자폐, 지적, 정신장애를 가진 장애인은 반드시 보호자 동반이 필요하다'는 규정에 따른 조치였다.
홍 씨 측은 이 같은 행위가 장애 유형에 따른 차별행위라며 장애인 차별 구제 소송을 제기했다. 본안 소송과 함께 단독 탑승을 허용해달라며 임시 조치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소송 진행 과정에서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은 지난 2월 지적 장애인도 단독 탑승이 가능하도록 장애인콜택시 이용 기준을 시정했다. 현재는 홍 씨의 요청대로 '타인의 지속적인 보호관찰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단독 탑승이 가능한 상태다. 이에 따라 홍 씨 측이 청구 취지를 변경하면서 이날 선고에서는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판단만 이뤄졌다.
홍 씨는 이날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당시 혼자서 장애인 콜택시에 탑승할 수 없어 병원도 혼자 가지 못했고, 다른 장애인 동료도 만나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 소송을 통해 혼자 택시를 타고 은평구에 사는 다른 탈시설 장애인 동료도 만나고, 콜택시 기사님과 이야기하면서 재밌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고 판결을 반겼다.
이어 홍 씨는 "앞으로도 장애인 콜택시를 혼자 이용하면서 더 많이 놀러 다니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임한결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이 사건의 원인이 됐던 이용 기준은 공공기관이 정신적 장애인에 대해 '위험하다'는 등 어떤 편견을 가졌는지 보여주는 것이었다"며 "이번 소송을 통해 규정이 시정되고 보상까지 받게 돼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cyma@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