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동성 군인 합의해도 생활관·불침번 중 성행위는 처벌 대상"
"군기 확립 중요한 공간"…무죄 선고 원심 파기환송
2022년 판례와 다른 결과…부대 밖 아닌 부대 내 행위 '군기 침해'
- 황두현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동성 군인이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더라도 부대 밖이 아닌 부대 내 생활관이나 불침번 근무 중 성관계를 했다면 군기를 침해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대 밖 사적공간에서 동성 군인 간 성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와 다른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군형법상 추행죄로 기소된 전직 군인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지난달 24일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20년 7월 저녁 11시쯤 동성 군인 B 씨와 충남 논산의 군부대 생활관에서 유사성행위를 하고 같은 해 9월 새벽 1시쯤 불침번 근무 중인 B 씨와 화장실에서 또다시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군형법 92조의6(추행)의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이 적용됐다.
상고심 쟁점은 두 사람의 성행위를 추행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은 성행위가 이뤄진 장소가 부대 내 공간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과거에는 동성 군인 간 성행위는 무조건 처벌 대상이었다. 하지만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가 부대 밖 사적 공간에서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를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판례를 변경했다.
전합은 당시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추행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당초 1심은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 판결했지만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나온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상고심은 이를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동성 간의 성행위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도덕 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평가는 이 시대의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기존 판결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A 씨의 생활관과 불침번 근무 중 성행위에 대해서는 군기 확립이 중요한 공간에서 이루어졌다며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동성 군인 사이 성행위가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른 것이라도 군기 확립 요청이 중요한 공간에서 이뤄졌다면 군기를 침해하는 것으로 추행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활관은 군사훈련 내지 집단적 단체생활의 일부이면서 군율과 상명하복이 요구되는 공간"이라고 지적했다.
또 "불침번 근무 중 군인은 엄연히 군사적 필요에 따른 임무를 수행 중인 상태"라며 "성적 행위는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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