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잘못 찍었네" 투표용지 바꿀 수 있나…"안 바꿔줘, 돌아가"
자기 책임으로 투표용지 훼손되면 교환 불가…주의해야
투표용지 훼손하거나 탈취하면 엄히 처벌…징역형까지 가능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본투표일 마감을 앞둔 2024년 4월 10일 오후 5시 35분쯤, 서울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관리사무소는 아파트가 위치한 선거구의 투표소로 지정돼 있었는데, 투표소를 찾은 A 씨와 관리관 사이에 '투표용지 교환'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A 씨는 "기표를 잘못했다"며 투표관리관에게 투표용지를 바꿔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자 A 씨는 갑자기 기표를 잘못한 투표용지를 손으로 찢어 버렸다.
그러나 이런 행위를 '홧김'에 저지른다면 형사처벌이 뒤따를 수도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244조 1항은 투표용지 등을 은닉·손괴·훼손하거나 탈취하는 경우를 엄히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투표용지·투표지·투표 보조 용구·전산 조직 등 선거관리 및 단속 사무와 관련한 시설·설비·장비·서류·인장 또는 거소·선상투표 신고인명부를 포함한 선거인명부'에 훼손을 가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A 씨는 수사와 재판 끝에 지난해 11월 1심에서 벌금 25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개표 과정에서 투표지 훼손 경위를 둘러싸고 다툼이 발생하는 등으로 선거의 공정성과 선거사무의 신뢰성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지지하지 않는 후보자에게 투표하게 되는 결과를 막기 위한 다른 방법을 안내받지 못한 상태에서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공직선거법 157조 5항은 '투표용지를 교부받은 후 선거인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훼손 또는 오손(더러워지거나 손상)된 때에는 다시 교부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는 만큼, 기표를 잘못하거나 실수로 투표용지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투표용지 교환이 되지 않는다는 점, 투표용지 훼손은 중한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해 재판에 넘겨지는 일은 최근에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B 씨의 경우 22대 총선 사전투표일 첫날인 2024년 4월 5일 투표용지와 회송용 봉투를 손으로 찢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 25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관외 사전투표자는 기표한 투표용지를 회송용 봉투에 넣어 봉인한 뒤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 당시 B 씨의 투표용지 기표 부분은 봉투 접착면에 달라붙었고, B 씨가 이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훼손됐다.
B 씨는 참관인에게 투표용지를 새로 발급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투표를 무효로 하기 위해 이미 기표한 지역구 투표지와 비례대표용 투표지, 회송용 봉투를 찢었다.
C 씨도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 사전투표일인 2024년 10월 2일 투표용지를 손으로 찢은 혐의로 기소됐다. B 씨와 마찬가지로 잘못된 투표를 무효로 돌리기 위해서였다. 1심은 벌금 3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한편 오는 26~29일까지는 '조기 대선' 선상투표가, 오는 29~30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사전투표가 진행된다. 본투표는 오는 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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