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과서 30% 사용으로 '개문발차'…지역 편차·정책 불신은 과제
발행사, 개학 임박·클라우드 비용 지원에 협상 타결
사용 편차 최대 90%p…교사·학부모 우려 70~90%
- 장성희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올해 3월부터 교육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의 구독료가 개학을 2주 앞두고 책정됐다. 개학이라는 시간적 압박이 크게 작용하고, 교육부가 클라우드 이용료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협상의 물꼬가 트였다.
다만 1학기 AI 교과서를 사용하는 학교가 약 30%에 불과하고, 지역별로 도입 비율이 들쑥날쑥하다. 당초 계획한 하반기 AI 교과서 도입 70~80%를 달성하려면 저조한 참여와 교사·학부모의 부정적 인식은 넘어야 할 산이다.
교육부는 AI 교과서 발행사들과 20일 총 76종 중 74종의 AI 교과서 이용료를 합의했다. 클라우드 이용료와 나머지 2종의 가격은 합의되는 대로 현장에 안내할 계획이다. 당초 계획한 지난해 12월로부터 두 달이 지나고 협상이 마무리됐다. 교과서별 구독료는 최소 2만 9750원, 최대 5만 7500원이다.
희망한 구독료에 미치지는 못하나 향후 AI 교과서의 안착을 위해 일단 '개문발차'가 필요했다고 발행사들은 22일 밝혔다. 만족하는 금액은 아니나, 일단 시작해야 향후를 도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 발행사 관계자는 "AI 교과서가 현장에 적용되려면 최소 일주일 준비 작업이 필요했다"며 "더 시간이 지나면 현장에 혼란이 크고, (시작하지 않으면) AI 교과서 사업이 좌초될 수도 있다는 리스크가 있었다"고 전했다.
클라우드 비용 지원도 효과가 있었다. 교육부가 1인당 1만 원 수준으로 발행사가 클라우드 업체에 지불하는 이용료 일부를 지불하면서 발행사의 부담이 일부 줄었다.
남은 과제는 먼저 AI 교과서를 전국으로 고르게 확산시키는 것이다. 17일 기준 전국 학교 중 AI 교과서를 사용하는 학교는 전체의 32.3%다. 전국 평균 비율에 미치지 못하는 시도교육청이 17곳 중 10곳으로 저조한 성적이다. 지역별 최대 편차는 대구(98%)와 세종(8%)으로, 무려 90%포인트(p)다.
교육부는 1학기가 시작하면 미사용 학교를 중심으로 AI 교과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하반기에 70~80%까지 도입이 늘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를 위해선 교육 주체들과 입법부의 지지가 절실한데, 이들의 AI 교과서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만만치 않아 난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교사노동조합이 교사 55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90%에 해당하는 498명이 AI 교과서에 반대했다. 대구교사노동조합 설문조사에 따르면 97.9%의 대구 교사가 AI 교과서 도입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우려도 여전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을호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교육부가 학부모 118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10명 중 7명(68.3%)이 AI 교과서에 따른 아이들의 디지털 과의존을 우려했다. AI 교과서가 교사와 학생 간 소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교사도 56.4%에 달했다.
아울러 다수당인 민주당이 한 차례 AI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육자료'로 격하한 법안을 본회의에서 한 차례 통과시키는 등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어 교과서로서 제대로 정착할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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