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 디데이' 의대 여전히 '텅텅'…총장·학장들 "용기 내달라"
집단 유급되면 24·25·26학번 동시수업…교육 차질
총장·학장들 "오늘 복귀 안 하면 학칙 따라 유급"
- 이유진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대부분의 대학이 정한 의과대학 유급 시한인 30일 오전 10시 서울 동작구 중앙대 제1의학관. 건물 복도엔 수업을 듣기 위해 오가는 학생들을 찾아볼 수 없이 썰렁했고, 강의실 문 역시 굳게 닫혀 있었다.
복도에 놓인 초록색 사물함도 닫힌 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가끔 지나다니는 교수나 일부 교직원을 제외하고는 의대 건물을 왕래하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출입문엔 의대 학생과 관계자만 출입할 수 있다는 안내가 붙어있을 뿐이었다.
중앙대는 현재 진행 중인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대생도 전체 10% 수준으로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대 관계자는 "의대생의 10% 정도만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 대학은 5월 2일까지가 유급 시한"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들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유급 시한 도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대학이 온라인으로만 일부 수업을 진행하는 등 실질적으로 강의실에서 대면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고 수업 참여율도 저조한 상황이다.
전국 40개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이날까지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은 원칙에 따라 유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의대생들은 수업 참여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인 분위기다.
교육부가 유급 시한 하루 전날 발표한 '의과대학 학생 대상 수업참여 의향 익명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의대 40곳 중 24곳의 재학생 1만 1189명 가운데 6742명(56.7%)이 복귀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전체 의대생 절반 이상이 복귀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의대생들 사이에선 "흔들리면 안 된다"며 수업을 계속 거부하겠다는 입장과 "이젠 수업에 돌아가겠다"는 목소리가 갈리고 있다.
한 지역 의대생 A 씨는 "일부 학교는 복귀하겠다고 설문 조사엔 응답만 해놓고 강경하게 수업을 계속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분간 계속 수업에 안 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에 복귀하려는 학생들은 실제 유급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수업에 참여하기로 결심한 서울 사립대 의대생 B 씨는 "학교에서 워낙 돌아오라 설득하고, 부모님도 말씀하셔서 일단 온라인 수업엔 참여하면서 분위기를 보려고 한다"고 했다.
의대생들이 이날 이후로도 돌아오지 않을 경우 집단 유급 사태가 현실화한다. 통상 의대는 학년제로 수업을 운영해 올해 1학기 유급 처리된 학생들은 내년에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에 유급된 24, 25학번과 내년도 신입생인 26학번 세 학년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대부분의 대학이 교육 여건상 세 학년을 동시에 수업하기엔 어려워 이날까지 학생들이 복귀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 총장과 학장들은 이날이 돌아올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며 의대생들을 향해 복귀를 호소했다.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과 KAMC는 이날 '의과대학 학생 여러분께 복귀를 요청하는 마지막 말씀'이란 입장문을 통해 "오늘 복귀하지 않으면, 올해는 더 이상 학교로 돌아올 수 없다"며 "오늘 24시까지 학교로 확실한 수업 참여 의사를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오늘까지 복귀하지 않는다면 학칙에 따라 유급될 것이며, 유급 대상자를 확정해 교육부에 제출할 것"이라며 "아직 복귀를 망설이고 있다면 용기를 내주길 마지막으로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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