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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외면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변기용의 교육 포커스]

편집자주 ...필자는 1991년 제35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후 경북대 교무과를 시작으로 교육부의 정책 기획 부서에서 16년간 근무하면서 실제 정책을 입안했다. 2002년부터 3년간 OECD 교육국(프랑스 파리)에서 상근 컨설턴트로 국제적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수행했다. 2008년에는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겨 현재 고려대 고등교육정책연구소장, 한국근거이론학회 회장, 한국교육행정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변기용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고등교육정책연구소장 = 대선 과정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쏟아져 나오는 공약 중에는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졸속 공약'이 적지 않다. 이러한 공약들은 '51:49'의 정치공학적 셈법에 따라 캠프 내부에서 단기간에 급조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 결과 막상 집권 이후에는 공약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여러 정책이 사회적 공론화 없이 곧바로 국정과제로 추진되곤 한다.

같은 조기 대선으로 치러진 문재인 정부의 '공영형 사립대 도입 정책'은 이런 문제점을 전형적으로 보여준 좋은 예였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번 조기 대선에서도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주장이 같은 전철을 밟는 듯하다. 지난 4월 29일 지역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하자는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고, 거점 국립대 총장들은 공약 반영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주장의 허구성

서울대 졸업식 모습.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대학 서열화 완화'와 '지역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제시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주장은 얼핏 들으면 지역에 최고 수준의 고등교육 기회를 고루 제공하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로 대표되는 극소수 대학 진학을 둘러싼 병목 현상 때문에 교육적 불균형이 발생한다는 지적 자체는 타당하다. 문제는 '지역 거점 국립대를 서울대급으로 9개 더 만들면 된다'는 단순한 논리와 설익은 접근 방식에 있다.

우선 가장 현실적인 걸림돌은 우리나라 고등교육 예산의 절대 규모 문제다. 고등교육 예산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서울대 수준의 인프라와 재정을 일시에 9개의 국립대에 동일하게 투입하겠다는 발상은 사실상 사립대학들을 '다 죽으라'고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미 전체 대학의 다수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에 대한 지원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한정된 국가 재정을 국립대에만 지나치게 편중되게 지원하게 되는 경우 사립대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렇다고 국립대가 사립대보다 고등교육 서비스를 훨씬 더 잘 제공한다는 보장도 전혀 없다. 지난 칼럼(거점 국립대만 육성, 지역균형발전 해법 아니다)에서도 지적했지만, 국립대가 반드시 사립대 체제보다 효율적이라고 볼 근거는 찾기 어렵다. 오히려 국립대가 상대적으로 존폐 위기를 덜 느끼는 탓에 사립대에 비해 더욱 혁신적인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동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예산 구조에서 특정 국립대에 집중적으로 자원을 몰아주는 것보다는, 국·사립을 가리지 않고 분야·기관별 경쟁을 통해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다. 결국 지역에 '우수대학'을 육성해야 한다는 취지 자체는 공감하더라도, 사립대가 다수를 차지하는 우리 고등교육 현실을 무시하고 지역 거점 국립대만 집중 육성하겠다는 주장은 또 다른 불균형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캘리포니아 모델' 정말 제대로 벤치마킹하고 있는가

'캘리포니아 모델'을 언급하며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UC) 시스템을 본떠서 지역 거점 국립대를 '서울대화'하겠다는 주장은, 정작 캘리포니아 고등교육의 핵심인 110개나 되는 주립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서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낸다.

캘리포니아 시스템은 연구 중심 대학(UC) 10개와 교육 중심 종합대학(CSU) 23개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대다수 학생은 비용 부담이 적은 주립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직업교육이나 교양과정을 거쳐 필요하다면 상위 대학으로 편입할 수 있는 경로가 열려 있다. 이는 주·정부가 직업교육 중심의 고등교육기관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가능한 모델이다.

반면 우리나라 전문대학은 대부분 사립에 속한다. 고등교육 예산이 풍부하지 않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굳이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기보다는 직업교육 중심의 사립 전문대를 공립 '커뮤니티 칼리지' 형태로 개혁해 대다수 국민이 집 가까이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원하는 교육을 받도록 지원하는 것이 훨씬 시급하고 효과적이다. 기회가 균등한 고등교육 환경 조성을 진정 원한다면,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제대로 가늠할 필요가 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교육정책 하나로 '인 서울 현상' 해소할 수 있을까

서울 집중 현상으로 인한 부동산 문제, 지방소멸 우려, 극심한 입시 경쟁 등의 복합적 사회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른바 '인(in)서울 현상'은 교육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자본이 모두 서울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지방에 서울대 9개를 만든다고 해서 곧바로 수도권 집중 현상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지방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나 문화·예술 기반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지역 거점 국립대가 아무리 좋은 교육을 제공해도 그들이 머물 인프라가 부족해 수도권으로의 유출을 막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 교육 문제는 결국 사회 구조적 문제와 분리해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그런 복합적 문제의 전말을 단편적으로 바라보면서 '지역 거점대학을 서울대로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단언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 기대이자 단순화다.

급조된 공약, 그대로 국정과제 되는 폐해 반복 안 돼

보다 큰 문제는 캠프 내부의 패거리 사고(Group Thinking)와 정치공학적 계산만으로 만들어진 공약이 충분한 검증 없이 그대로 국정과제로 채택되는 관행이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국가의 교육정책은 수십 년 뒤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장기 정책이다. 그런데도 짧은 선거 과정에서 표를 얻기 위해 포장된 공약을, 여론 수렴이나 공론화 없이 정책으로 밀어붙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공약 자체가 잘못 설정될 경우 대학가에 미치는 충격과 혼란은 엄청날 수밖에 없고, 중장기적으로 교육 생태계 자체가 크게 왜곡될 우려도 있다.

선거 전략상 어쩔 수 없이 다양한 공약이 난무하는 것은 그래도 어느 정도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권이 출범한 이후에라도 해당 공약의 타당성과 실행 가능성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은 반드시 거쳐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정말 지역균형발전을 돕고 고등교육 생태계 전반에 유익한 전략인지 철저히 논의해야 한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당선될 새로운 대통령은, 이러한 필자의 고언을 부디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졸속으로 만들어진 공약이 국정과제로 무더기 채택되는 폐해가 더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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