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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교육 전문가의 역할 [박남기의 미래 나침반]

편집자주 ...나침반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방향을 안내하는 도구입니다. 방향은 제시하지만, 특정 경로를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이 칼럼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와 나아갈 길에 대해 함께 성찰하는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 News1 홍예나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 = 어떤 주제에 대해 질문을 하든 인공지능(AI)이 점점 더 수준 높은 답변을 제공하고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해 질문하면 문제의 원인과 대안에 대해 광범위하고, 창의적이며, 심지어 인간적인 통찰력을 가진 답을 내놓는다.

챗지피티(ChatGPT)가 막 나왔을 때, 모 방송사 사장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AI가 내놓은 답을 보여줬더니 반응이 재미있었다. "소위 전문가라는 교수들이 말하는 것과 비슷하네요. 대체로 원론적이고, 현장성이나 구체성은 부족한 느낌입니다." 기자 출신이었던 그가 수많은 교수와 전문가와 인터뷰한 후 느낀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한 것으로 보였다.

대학교수 등 교육 전문가라 불리는 이들 중에는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답변보다는 일반론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답변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생성 AI 답변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AI 이전 시대의 전문가 역할

ⓒ News1 DB

그간 수없이 많은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교육과 관련된 사안만이 아니라, 때로는 교육과 무관한 이슈에 대해서도 갑자기 전화를 걸어 내 의견을 물었다. 그때마다 내가 공부해 온 내용, 경험, 대학원생과의 수업, 현장교원 대상 강연, 그리고 페이스북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된 학교 현장의 구체적인 상황과 다른 교원들의 관점까지 총동원해 사안의 본질, 발생원인, 과거의 사례, 해결 방향 등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해 주었다.

요즘 AI에 물으면 곧바로 답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나에게 물으면 즉문즉설 형태로 곧바로 답을 해주었다. 교육 기관에 처음 출입하게 기자에게는 본인이 원하면 사안의 배경부터 설명해 주었다. 대학에서 강의하듯이 하나하나 기초부터 설명하여 이해를 돕고, 그를 바탕으로 사안의 원인과 대책을 이야기해 주었다.

대부분의 기사 말미에 '박남기 교수에 따르면'이라는 말과 함께 내가 한 이야기가 짧게 인용됐다. 그 짧은 인용 뒤에는 몇 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전화 인터뷰가 숨어 있다. 내가 한 이야기의 흐름에서 벗어나는 예외적인 사례나 특정 단체를 비판하는 내용을 실명으로 인용하는 바람에 곤경에 빠진 경우도 있었다.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정책에 관해 물어오면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 기대 효과, 효과가 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등에 대해 폭넓게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주로 인용되다 보니 정책 담당자들은 늘 나에게 서운하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그런데도 매일매일 쏟아지는 교육 현안과 정부 정책에 대해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언제든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익명이 아닌 실명 인용을 허용한 이유는 내 발언에 대해 책임지기 위해서였다.

생성 AI가 없던 시절에는 이러한 역할만으로도 교육 발전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수준의 역할은 AI가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 요즘 기자들은 AI로 기초 정보와 정책 방향을 공부한 뒤 보다 깊이 있는 질문을 들고 인터뷰를 요청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서적 원리나 일반론만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AI가 고도로 발달한 시대에 인간 전문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AI 시대의 교육 전문가 역할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AI는 기존의 주장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을 제공하기 때문에 기존 시각을 넘어서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 어렵다. 사회 통념이나 기존 전문가 인식에 오류가 있다면, AI 역시 그 오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학문 분야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AI에 물으면 핵심 이유의 하나로 '주입식·암기식 교육에 따른 창의력 부족'을 든다. 하지만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우리 학생들의 창의력은 세계적 수준임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AI가 그렇게 답하는 것은, 국내 교육 전문가와 사회 일반이 그렇게 생각하며 글을 써왔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각이 제시되지 않으면 AI는 기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산출물을 만들어내고, 자기 산출물을 반복적으로 학습하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AI는 결국 자기 꼬리를 물고 도는 '우로보로스'와 같은 괴물이 될 수 있다. 전문가가 제 역할을 다할 때 AI의 답변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AI를 통해 답을 얻는 사람들의 시각도 바뀌게 될 것이다.

데이터에 근거한 정확하고 타당한 정보와 시각을 사회에 지속해서 제공하고, 기존 주장을 넘어서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 즉 AI에 새로운 학습 데이터를 계속 제공하는 것이 AI 시대의 전문가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의 하나다.

시인은 사물과 현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AI 시대 전문가는 교육 현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혜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전문가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치열하게 자신의 지식과 지혜 그리고 경륜을 넓혀가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 AI와의 협업은 필수적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반복적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전문가가 더 창의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가령 교육정책 효과 분석이나 교육 현장 빅데이터 해석 등은 AI의 힘을 빌릴 때 더 수월하게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교육 전문가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바탕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교육계 및 사회와의 소통을 이어가는 것, 그것이 AI 시대 교육 전문가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정책학 박사를 취득했고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디지털교육분과 위원장, 전남민관산학 교육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대한교육법학회장, 한국교원교육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최고의 교수법, 리더십 등을 주제로 1000회 이상의 강연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는 실력의 배신(2018),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2024) 등 20여 권이 있고, 100여 편의 논문과 1000편 이상의 각종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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