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이후 대응책 쏟아졌지만…"여전히 교사가 악성민원 감내"
제주 사망 교사, 밤낮 가리지 않고 민원 전화 시달려
"민원대응팀 실질적 운영, 아동복지법 개정 필요"
- 이유진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최근 제주의 한 중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교사가 학생 가족의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교 민원 대응 체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육 당국이 악성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바뀐 게 없다는 지적이다.
교사들은 여전히 악성 민원을 교사 개인이 오롯이 감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판하며 실질적인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제주도의 한 중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교사 A 씨는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 가족들로부터 지속적인 민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밤낮 가리지 않고 학생 가족으로부터 민원 전화를 받았고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3년 7월 서울의 서이초에서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교사가 학교에서 숨진 사건 이후 교육부는 '교권 회복·보호 강화 종합 방안'을 마련해 민원을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가 대응하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교육활동 침해 예방을 위해 교원안심번호 서비스도 도입했다.
그러나 A 씨가 개인 휴대전화로 학생 가족들로부터 직접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렸던 사실이 알려지며, 민원 대응 대책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유명무실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교원안심번호 서비스의 경우, 안심번호를 제공하더라도 교사 개인 전화와 연동하는 것이라 실질적으로 시간 가리지 않고 오는 악성 민원 전화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의 한 초등교사 B 씨는 "안심번호를 주더라도 어차피 교사 개인 번호와 연동하는 것이라 전화를 안 받을 순 없다"며 "서이초 이후 여러 제도가 마련되긴 했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교사 개인이 민원을 감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악성 민원을 넣는 보호자에 대한 강제 조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교권보호심의위원회(교보위)는 교권을 침해한 보호자에 대해 서면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
그러나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교육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교보위가 심의한 학부모 교권침해 사안 814건 중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교원단체들은 교사 스스로가 악성 민원을 온전히 감내하지 않도록 통합민원팀과 학교 민원대응팀의 실질적 운영과 함께, 악성 민원에 대한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은 통합민원팀과 학교 민원대응팀의 실질적 운영을 의무화하고, 학교 평가항목으로 포함하고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비롯한 공적 서비스 수행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학교장이 민원 대응에 대한 법적 책임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도록 강력한 감독 및 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무고한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받지 않도록 아동복지법 및 관련법 개정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전반적인 학교의 민원 대응 체계를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또 교사와 학부모 등의 원활한 소통을 지원하고 안전한 교육활동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학부모 온라인 소통 시스템'을 다음 달 시범운영, 하반기에 정식 개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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