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산불 최대 120일↑…소백산맥에선 5개월 넘게 '빨간불'
그린피스, 김형준 카이스트 교수팀과 산불 위험지수 비교분석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기후 변화로 인해 국내 산불 위험일이 산업화 이전보다 연간 최대 120일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발생한 경북 산불이 축구장 6만 3245개 면적을 태우고 75명의 사상자를 낸 가운데, 국내 산불 위험 기간이 길어지고 위험 지역도 확대돼 피해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린피스는 김형준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팀에 의뢰해 산업화 이전과 현재의 산불 위험지수(FWI)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산불 위험이 높은 날이 연간 최대 120일 증가했으며, 전국 평균으로 산불 위험지수가 10% 이상 상승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이 산불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진행됐다.
김 교수팀은 기후 모델 기반 가상지구(MetaEarth) 플랫폼을 활용해 산업화 이전과 현재의 산불 위험지수를 비교했다. 기후 모형화는 수학적, 물리적 원리를 이용해 기후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사용된 기후 모델에 따라 결괏값이 달라질 수 있다. 연구진은 IPCC 6차 보고서에서 활용된 대표적인 5가지 기후 모델을 적용하고 평균값을 도출해 신뢰도를 높였다. 산불 위험지수는 기온, 습도, 바람 등 3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산출되며, 지수가 20 이상이면 산불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간주한다.
분석 결과, 인간 활동으로 인해 온난화가 진행된 현재는 산불 위험지수가 20을 초과하는 기간이 산업화 이전보다 최대 120일 길어졌다.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인 지역은 경북이었다. 또한 남한 전역에서 산불 위험 기간이 연장됐으며, 산불 위험시기가 앞당겨졌다. 경남은 기존 2월 마지막 주에서 2월 첫째 주로, 전남은 4월 둘째 주에서 3월 첫째 주로 산불 위험 시작 시기가 빨라졌다. 충북과 대전, 대구도 4월에서 3월로 앞당겨지는 경향을 보였다.
산불 위험지수의 강도도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3·4·10·11월 평균 산불 위험지수가 전국적으로 10% 이상 상승했으며, 특히 충청, 전라, 경북 등 중남부 지역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기존에 산불 위험이 높았던 지역은 더욱 위험해졌다. 소백산맥 인근 지역에서는 산불 위험지수가 20을 초과하는 기간이 산업화 이전 최소 14일에서 현재 최대 151일로 크게 늘었다.
심혜영 그린피스 기상기후 선임연구원은 "산불은 폭염, 폭우, 태풍 등 기후 재난과 달리 대부분 인간 실화로 발생하기 때문에 기후변화와의 연관성 연구가 부족했다"며 "그러나 고온건조한 기후로 인해 산불이 대형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한반도 기후가 대규모 산불에 취약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심 연구원은 "단기적이고 파편적인 대응만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해 증가하는 산불 재난을 막을 수 없다"며 "기후변화는 대형산불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며, 더 강하고 빈번한 산불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팀은 기후변화가 없는 산업화 이전, 현재 지구 비교를 넘어 기온이 1.5도, 2.0도, 4.0도 상승한 시나리오에서의 산불 위험도를 분석할 예정이다. 연구 결과는 하반기에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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