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연내 2천여 전매장에 '텀블러 세척기' 보급…목표 1년 당겨
상반기 중 LG서 양산…민간 주도 '일회용컵 저감' 추진 속도
정부 뒷받침은 후퇴…환경부 일회용품 감량 추진단 해체·흡수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환경부와 스타벅스가 '일회용컵 저감'을 목표로 협력해 온 텀블러 '세척기 보급 사업'이 민간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당초 2026년으로 계획했던 전매장의 텀블러 세척기 보급을 연내 마무리 짓기로 했다.
민간주도의 일회용컵 줄이기는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 출범 당시엔 환경부 장관이 현장에 직접 나서 세척 시연을 할 만큼 높은 관심을 보였으나, 전담기구가 해체된 뒤 방향성조차 불투명해졌다는 비판이다.
11일 환경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당초 2026년까지 전매장에 설치하기로 했던 텀블러 세척기를 올해 말까지 조기 보급하기로 했다. 계획을 1년 앞당긴 것으로, 스타벅스는 전국 약 2000개 매장에 설치할 세척기를 올해 상반기 중 LG전자를 통해 대량 양산할 방침이다.
환경부가 파악한 텀블러 세척기 보급 현황을 보면, 현재 스타벅스 서울 매장 중 일부에 약 60대가 설치돼 있다. 이는 지난해 말까지 보급하려던 양(600대)의 10% 수준이다.
스타벅스는 세척기 자체 불량률 등의 문제로 보급이 지연된 것일뿐 연내 전국 매장에 설치를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타벅스 측은 "세척기 불량률, 전과정평가(LCA) 결과 등을 고려해 수차례 재설계를 거치느라 설치 확대가 다소 지연됐다"며 "LG전자와 협업해 장기 활용성과 제품 안정성을 높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품질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텀블러 세척기는 기존 린서(헹굼기) 약 400대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보급될 전망이다. 스타벅스 측은 앞서 린서 도입 매장에서 개인컵 사용이 평균 3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스타벅스는 일회용 컵 회수·보상 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5월부터 청주지역 매장 28곳에서 플라스틱 컵 회수·보상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일회용 컵 5개를 반납하면 포인트 1개를 지급하고, 12개를 모으면 음료 1잔을 무료로 제공하는 구조다.
세척기 설치 사업은 지난해 4월 한화진 전 환경부 장관(현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과 손정현 에스씨케이컴퍼니(SCK) 대표이사, 이현욱 LG전자 부사장 등이 참석한 협약식에서 본격화했다.
당시 한 전 장관이 직접 매장을 찾아 세척기를 시연할 만큼 정책적 관심을 보였지만, 불과 3~4개월 만에 일회용품 감량 추진단은 해체됐다. 관련 업무는 자원순환정책과로 흡수됐다.
이처럼 정책 실행을 뒷받침할 실무 조직이 사라진 가운데, 민간이 사업을 주도하는 구조로 굳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기에 환경부는 이차전지 순환이용 지원단과 글로벌탑 녹색산업 추진단 등 '산업 지원' 중심의 자율기구만 유지하거나 새로 신설했다. 해당 자율기구는 윤석열 전 대통령 당시 국정과제나 역점사업을 집중 추진하기 위한 조직이었다.
이를 두고 환경부가 일회용품 감량 정책의 우선순위를 낮추고, 산업 지원에 정책 자원을 집중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일회용품 규제 정책이 당초 계획 대비 축소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규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사라졌다. 사실상 철회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추진단 해체가) 이런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행보는 국제적 흐름과도 배치된다. 유럽연합(EU)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금지하고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를 강화하고 있으며, 캐나다와 중국도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법제화해 추진하고 있다. 기업 자율에 기대는 최근 한국의 방식과 차이를 보인다.
스타벅스와 같은 민간기업이 자발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확대하는 가운데,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정부의 정책 수단과 조직적 기반이 점점 약화되고 있는 상황은 '일회용품 감량'이라는 공동 목표 속에서 민관의 엇박자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시민사회와 환경계의 지적도 있다.
한국환경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를 자발적 참여에 맡기는 것은 환경보호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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