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운하의 심장, 파나마…부산서 '선박소유 정보 공개' 선언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부산=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파나마 정부가 해양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선박의 실제 소유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파나마는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제10차 아워오션콘퍼런스(OOC)에서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 대응 강화를 위해 '최종수익소유자'(UBO, Ultimate Beneficial Owner) 정보를 개선하겠다고 30일 밝혔다.
UBO는 배를 통해 실제로 이익을 얻는 사람을 뜻한다. 선박 등록 시 회사 이름만 올리는 경우가 많아, 이익을 챙기는 사람이 누군지 알기 어려웠다. 또 불법 행위가 발생해도 제대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파나마 정부 관계자는 "선박 등록과 면허 부여 과정에서 실제 이익을 얻는 개인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이 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정리해 투명하게 관리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불법 어업을 막고, 해양 자원을 책임 있게 사용하는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이다.
파나마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선 국제적 의미를 가진다. 파나마는 세계 해운의 중심축인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으며, 자국 국기를 단 선박(파나마 깃발 선박)은 국제 상선의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파나마의 투명성 강화는 글로벌 물류와 해양 거버넌스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UBO 정보를 알 수 없으면 불법 조업을 저지른 배의 선주는 책임을 피하고, 선원이나 운항 책임자만 처벌받는 일이 반복돼 왔다. 이는 법을 지키는 어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바다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존 케리 전 미국 국무장관도 해운 분야의 구조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만약 해운이 하나의 국가라면 전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나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존 케리 전 장관은 "많은 해운사가 OOC를 계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세계 모든 선박이 저탄소·무탄소 선박으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제 해양 감시단체 '글로벌피싱워치'(GFW)는 "UBO 공개는 해양 거버넌스의 핵심"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투명한 어업 관리 원칙 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등은 이 콘퍼런스를 계기로 불법 어업 감시를 강화하고,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한 국제 협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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