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재자연화?…전 녹색위원장 "물길 터야, 낙동강은 시한폭탄"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 "韓 녹조, 코끼리 떼죽음할 정도" 주장
수계 내 연속 댐 위험성 강조…기후대응댐엔 "재난 위험 키워"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물의 주인은 정부도 대통령도 아니다. 그 유역에 사는 생명 모두다. 그런데 지금 낙동강은 시한폭탄 위에 놓여 있다. 댐 하나가 터지면 줄줄이 연쇄 붕괴할 수 있는 구조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전신인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전 대한하천학회장)는 13일 이같이 말했다. 김 명예교수는 온산병, 낙동강 페놀 오염, 동강댐 건설, 새만금 간척 반대 등 굵직한 환경 갈등에서 시민사회계에 이론적 지원을 해온 환경계 원로다.
김 명예교수 발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주요 공약인 ‘4대강 재자연화’와 맞물린다. 이 후보 지지세가 공고한 가운데, 환경단체들도 저마다 재자연화(Rewilding) 구상을 앞세우고 있다. 김 명예교수는 이 흐름 속에서 댐과 보가 환경 악화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녹조는 단순한 미관 문제가 아니다. 남조류인 시안 박테리아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소를 배출한다. 이는 다이옥신 다음으로 강한 생물 독성으로, 코끼리가 마시고 떼죽음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약품으로 죽이면 오히려 세포가 터지면서 독성 물질이 물속에 퍼진다"고 했다. 이 독소는 가정용 정수기 필터, 농업용수, 대기 중 먼지를 통해 인체와 농작물에 영향을 준다. 반감기만 2달 반에 이른다.
그는 수명이 짧은 지역과 녹조 밀집 지역이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부산과 울산, 경남, 전남, 대구 등 낙동강 유역 도시들이 대표적이다. 충북 역시 수명이 짧은 지역으로 나오지만, 여기에는 라돈 등 지질 요인이 별도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김 명예교수는 4대강이 '죽음에 관계된 메탄 폭탄'이 됐다고 표현했다. 간 질환 증가, 수명 단축 등의 사례를 들어 '생명이 사라진 강'이라는 비유다.
김 명예교수는 또 댐이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막을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홍수를 막으려면 댐을 비워야 하고, 가뭄에 대비하려면 물을 채워야 한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은 항상 물을 채운다" 2020년 7월 기록적인 장마로 낙동강, 섬진강, 금강, 영산강 일대에서 피해가 컸던 이유로는 댐 방류를 들었다.
댐이 줄줄이 이어진 구조의 위험성도 언급했다. 낙동강에는 현재 댐 13개가 일렬로 이어져 있다. 김 명예교수는 "리비아는 상류 댐이 터지자, 하류 댐까지 연쇄 붕괴했다. 중국 판교 댐 사고 땐 60여 개 댐이 한꺼번에 터져 23만 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이던 '기후대응댐'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기후 대응 명분 아래 댐을 추가 건설하는 것은 되레 재난 위험을 키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며 주민에게 ‘강변 개발’을 약속한 점도 문제라고 했다. 김 명예교수는 "베네치아식 수변 도시를 만들겠다는 과장된 홍보에 현혹돼 많은 주민이 개발을 반겼지만, 그 대가는 생태계 붕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금강새물결포럼 창립대회에서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강에 배가 있는데 우리나라만 배가 없다”고 말했고, 이후에도 “프랑스 센강에는 200여 개의 보가 있다”며 유럽식 수상 운송을 모델로 삼은 발언을 이어왔다.
김 명예교수는 해법으로 보 철거, 수문 개방, 모래 복원, 자연 유로 회복 등 강의 흐름 자체를 살리는 방식의 재자연화를 제안했다. “강은 흐르기만 해도 정화된다. 4조 원 들여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를 95% 제거했다는 것보다 수문을 여는 게 더 효과적이다”고 했다. 강바닥에 쌓인 침전물은 썩으면서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수치를 악화시키며, 이는 흐름 없이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자연화의 핵심 원칙으로 '삼통'(三通)을 제시했다. 주민과 생명이 함께 참여하는 '소통', 유역 전반의 흐름을 회복하는 '통수', 식수·농업용수·홍수·가뭄을 함께 다루는 '통합'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좌우로도 흘러야 하고, 생물은 이 흐름을 따라 살아간다. 지금처럼 단절된 물길로는 생명이 자랄 수 없다."
해외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EU의 물관리 지침과 미국의 '깨끗한 물 법'에 따라 수많은 댐이 해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구조물을 철거한 일본 구마강과 복개를 걷어낸 양재천 사례처럼, 인위적 개입 없이도 물길을 복원하면 생태계는 스스로 살아난다고 했다.
최근 환경단체들은 재자연화 방법을 놓고 각기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일부는 보를 남기되 수문을 상시 개방하고 생태복원을 병행하자고 주장하고, 다른 측은 보 해체와 유역 통합관리까지 포함하는 전면적 복원을 요구한다. 김 명예교수는 "우선순위는 분명하다. 물길을 먼저 터줘야 생명이 돌아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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