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림, 산불 피해 줄인다…영남산불 생물다양성 기반 복원 제안
그린피스 "임도 정비·산불진화헬기 확대 생태계 회복 저해" 주장
자연 스스로 회복·보호구역 관리 강화도 당부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다양한 수종이 공존하는 혼합림이 침엽수 위주의 단순림보다 산불 피해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1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폴란드 아담 미츠키에비치 대학과 함께 수행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고,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5월 22일 '생물다양성의 날'을 앞두고 공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림 내 연료습도가 낮은 조건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경우 침엽수 단일림은 발생 2시간 만에 전체 면적의 30%가 연소됐지만, 혼합림은 피해 비율이 20%에 그쳤다. 같은 침엽수라도 혼합림 내에서는 피해가 덜했고, 단순림 구조는 화재 확산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실제 사례에서도 확인됐다. 그린피스가 지난 3월 산불이 발생했던 경북 의성 일대를 조사한 결과, 침엽수 중심 산림이 대부분 전소됐지만, 너구마을 등 혼합림으로 둘러싸인 지역은 비교적 피해가 적었다. 마을 주민들은 혼합림이 천연 방화림 역할을 했으며, 지형과 바람 방향도 산불 확산을 막는 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시영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혼합림은 화재 초기 확산 속도는 빠를 수 있지만, 수관 간격이 넓고 다양한 수종이 혼재해 결국 피해 면적은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나아가 현재 산림청이 중심이 된 산불 대응 정책이 지나치게 인위적 개입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했다. 벌채를 통한 임도 정비나 산불진화헬기 확대 같은 대응 방식이 오히려 생태계 회복을 저해할 수 있으며, 조림정책 또한 탄소 흡수 능력만을 기준으로 획일화돼 생물다양성 유지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린피스는 산불 피해 지역 복원을 위한 정책 과제도 함께 제안했다. 복구는 자연적 천이(생태계가 스스로 회복되는 과정)를 우선하고 인공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를 개편한 자연 회복 과정 자체 보상과 국제 생물다양성 협약(KMGBF) 이행을 위한 국내 법제화를 추진해 보호지역의 실질적 관리 강화 등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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