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이잉~" 울던 당나귀, 쓰다듬어주자 울음 뚝 그쳐…무슨 사연?
동물자유연대, 혹한에 방치된 당나귀 구조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히이잉~히이이잉!"
인기척이 나자 자신을 봐달라는 듯 당나귀가 구슬프게 울었다. 가까이 다가가 어르고 달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강아지마냥 울음을 뚝 그쳤다. 이 당나귀에겐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10일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지난 1월 경기 안산시에 위치한 철제만 남은 비닐하우스 옆 공터에 당나귀가 홀로 오랜 기간 방치돼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현장에 출동 당시 당나귀는 눈보라를 그대로 맞고 있었다. 눈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움막이나 마방과 같은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당나귀가 먹을 건초와 같은 먹이도 없이 포도알이 담긴 박스만 놓여 있고, 마실 물도 꽁꽁 얼어있는 상태였다. 인근 주민 제보에 따르면 소유주는 안산에 거주하지 않고 당나귀만 공터에 둔 상황이었다고.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당나귀는 발굽 관리가 돼 있지 않고 등과 귀에 피부병을 앓고 있는 등 건강이 염려되는 상황이었다"며 "소유주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당나귀 몸값을 요구하며 도축을 언급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당시 당나귀를 진료한 수의사는 "충분히 영양공급을 받지 못해 마른 상태였고, 방사선 검사 결과 심각한 만성 제골염으로 인한 파행으로 잘 걷지 못했다"며 "오랜 기간 방치로 피부병 및 스트레스 증상을 보여 적극적인 치료와 안정이 필요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안산시 동물보호 담당 공무원의 적극적인 협조로 긴급 피난 조치 된 당나귀는 임시 위탁처에서 보호하고 있다.
안산시 동물보호 담당 공무원은 "소유주는 당나귀를 방치하는 것이 동물학대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지만 명백한 동물보호법 위반"이라며 "소유권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당나귀는 무리 생활을 하며 다른 동물과 교감이 필요한 사회적 동물이다. 임시 보호처에서 적응하고 있는 당나귀는 오랫동안 외롭게 지내서인지 사람이 안 보이면 울고, 쓰다듬어 주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피부와 다리 치료를 받으며 건강도 회복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당나귀의 소유권이 정리되면 입양처를 모색할 예정이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 팀장은 "당나귀와 같은 동물은 효용가치가 사라졌을 때 최소한의 안전조차 보장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사회 곳곳에서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이용되는 수많은 동물의 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혹한에 방치된 당나귀의 사연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얼마나 춥고 배고프고 외로웠을까" "세상에 귀하지 않은 생명은 없다" "제주도에도 방치돼 있는 당나귀가 너무 많다" "말 못하는 동물 구조해 줘서 감사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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