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지지자, 경찰 지시 거부하고 도보 통행 막고…헌재 앞 곳곳 실랑이
안전거리 확보차 비켜달라는 경찰 요청에 버티던 시민 들려 나가
도보 공간 터 달라는 요구에는 "문화시민 아냐"…집회물품 길가 방치
- 권진영 기자, 이밝음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이밝음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9차 변론기일이 예정된 18일 헌법재판소 앞에 모인 탄핵 반대 지지자들 일부가 경찰의 지시에 불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는 오전부터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30여 명이 모여 '헌재 해산'과 '윤 대통령 탄핵 무효' 등을 주장했다. 이달 초 50여 명 넘게 모였던 인파에 비하면 규모가 줄었다.
헌재 입구 바로 왼편에서는 단식 농성을 벌이던 여성이 대통령경호법에 따라 자리를 비켜달라는 경찰의 요청을 거부하고 버티다가 여경들에게 팔다리가 들린 채로 끌려갔다.
그는 사지가 붙잡힌 와중에도 버둥거리며 "어떻게 시민을 가지고"라며 소리쳤다. 경찰은 안국역 인근에서 그를 풀어줬다. 여성이 소지하고 있던 '헌법재판소 척결 대국민 단식투쟁' 현수막과 짐도 현장에서 치워졌다. 종로 경찰서에 따르면 대통령 행·환차 시 경찰은 안전 확보를 위해 원거리 이동 조처할 수 있다.
헌재 입구 건너편에서 '스탑 더 스틸'(STOP THE STEAL) 등 윤 대통령 지지자 10여 명이 "문형배 개XX야", "싹 다 갈아치워야 해"라며 거친 비속어를 쏟아냈다.
이들은 경찰을 향해서도 "(기동대) 차나 빼라", "가서 마약이나 잡으라"며 트집을 잡았다. 경찰이 "도보가 좁으니 벽으로 붙어달라"고 요구해도 응하지 않았다. 기동대원들이 "선생님들 문화시민이시잖아요"라고 타일러도 "문화시민 아니에요"라고 받아쳤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 있던 자리 근처에는 일회용 종이컵과 텀블러가 든 비닐봉지, 탄핵 무효 피켓 등이 다른 영업장의 공간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모습이 포착됐다.
아울러 이날 헌재 주변에서는 복수의 기자회견이 잇따라 열렸다.
헌재 입구 왼편에 자리 잡은 대한민국 애국순찰팀 15명은 '법꾸라지 이재명 심판이 먼저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나란히 섰다.
마이크를 잡은 황경구 애국순찰팀 단장은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제2의 4.19 의거는 필연적인 것"이라고 벌게진 얼굴로 외쳤다. 함께한 참가자들은 황 단장이 "이런 X 같은 재판 보신 적 있냐"고 할 때마다 "X판이다", "개XX"라며 추임새를 넣었다.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는 한국여성단체 7개 지부, 29개 회원단체가 '윤석열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공동주최하고 "헌재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성평등 없이 민주주의 없다"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헌정질서 파괴, 심각해지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 혐오에 대해 여성 시민들은 예감했다. 그동안 여성 시민들을 겨냥하며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성평등 사회 실현을 요구하는 여성과 소수자들의 존재를 지우려 했던 윤석열 정권은 급기야 혐오와 차별, 폭력의 언어로 민주주의 체계를 부정하고 있다"며 "윤석열 탄핵 이후, 성평등한 민주주의 사회는 단단하게 시작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내란죄 △민주주의 파괴 △구조적 성차별 부정 △성평등 추진체계 축소 △여가부 폐지 시도 △차별·혐오 선동 등 죄목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한편 이날 헌재 탄핵심판 9차 변론에 참석 예정이었던 윤 대통령은 낮 12시 2분쯤 헌재에 도착했으나 직접 의견을 발표할 내용이 없다며 서울구치소로 돌아갔다.
윤 대통령 측 변호사는 "대통령은 오늘 출석하기 위해 나왔으나 대리인단과 회의를 통해 오늘 진행할 절차와 내용은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정리해서 양측 대리인단이 의견을 설명하는 날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오는 20일로 잡힌 10차 변론기일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이 20일 형사재판과 일정이 겹친다며 변론기일 변경 신청서를 제출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10차 변론기일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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