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심판의 얼굴들]⑨ 법정 대신 연단에 선 '尹의 입' 석동현 변호사
사재 털어 尹측 지원…선임계 없이 활동하다 대리인단 혼선 초래
尹 탄핵 심판 역할은 미미…극우단체 만들어 헌재 압박 여론전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변호사는 당사자 등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 사무를 하는 것을 그 직무로 한다." -변호사법 제3조-
석동현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동갑내기로 40년 가까운 인연을 갖고 있다. 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활동했고 윤 정부 출범 이후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도 맡았다.
그가 윤 대통령 변호인 물망에 오르자 검사장 출신이란 경험과 법률 지식을 동원해 윤 대통령을 적극 변호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형사 법정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선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적극적으로 마이크 앞에 선 곳은 법정 밖 △윤 대통령 탄핵 반대 △계엄 옹호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가득한 극단 집회였다. 집회에 참여하다 못해 직접 윤 대통령 지지 단체를 조직해 헌재를 압박하듯 장외 여론전을 전개했다.
석 변호사는 한동안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윤 대통령을 위한 장외 여론전을 펼치면서 윤 대통령 변호인단과 '메시지 혼선'을 여러 차례 빚기도 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11차 변론기일까지 변호인이기보다 지지 세력 결집에 매진한 석 변호사의 지난 행적을 정리했다.
"내란이 아닌 '소란'"(지난해 12월 17일 첫 기자회견)
석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17일 처음 언론 전면에 나서 이같이 밝히면서 야당의 빈번한 탄핵소추와 일방적인 예산 결의 행위가 국헌문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계엄 선포를 두둔했다.
그는 "체포하라, 끌어내라는 용어를 쓴 적 없다고 들었다. 체포의 '체' 자도 꺼낸 적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소환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석 변호사를 비롯해 윤갑근, 김홍일 변호사 등은 수사기관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수사 불응 전략이란 해석도 나왔다.
공수처가 세 차례의 소환 요구에 불응한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청구하자 윤 대통령 변호인들은 하나둘씩 선임계를 제출하고 공식 변호 활동에 나섰다. 반면 석 변호사는 선임계를 내지 않았다.
법원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이후 석 변호사와 공식 변호인단의 입장 표명 사이에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변호인단이 공수처를 방문해 수사를 유보해달라고 정식 요청했다."(체포영장 집행 연기 요청 관련 질의에 답변)
정작 공수처는 지난 1월 12일 윤갑근 변호사 등이 선임계를 내고 면담 과정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미뤄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공수처에 체포된 당일 서울고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포적부심사 청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윤 변호사는 공수처가 불법 체포영장을 집행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적부심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변호사 선임계조차 내지 않은 석 변호사가 정식 법률대리인들과 사전 협의 없이 윤 대통령의 법적 대응 방향을 자기 마음대로 발설한 셈이다.
이를 두고 법조기자들 사이에선 선임계도 안 낸 석 변호사를 '윤 대통령 측'으로 규정하는 것이 적절한지, 그의 발언을 윤 대통령 측의 공식 입장으로 비중 있게 다뤄야 하는지 고민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당시 석 변호사는 자신이 속한 법무법인을 나와 사비까지 털어가며 별도의 장소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었다.
"선임계는 안 냈지만 조력하는 입장이고, 더한 것을 들여서라도 역할을 하고 싶다."
그는 선임계도 내지 않고 사비까지 쓰는 이유와 언론 공보를 맡은 윤 변호사가 있음에도 거듭 회견을 자처하는 이유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연일 윤 대통령 공식 변호인단과 다른 입장을 내놓아 혼선을 빚은 이후 석 변호사는 뒤늦게 선임계를 내고 윤 대통령 체포적부심사에 참여해 법률대리인이 됐다. 이로부터 윤 대통령 측 메시지 혼선도 사라졌다.
"지금은 전쟁이다.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이 전쟁에 여러분이 전사."
석 변호사의 장외전 발언 수위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이후 점차 고조됐다. 그는 지난 1월 1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A4 한 장 분량의 대통령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더 큰 힘이 필요하다. 바로 여론전이다"라며 "대통령께서 '대통령을 지키고자 애쓰는 여러분에게 인사를 꼭 전해달라'고 했다"면서 참석자들에게 큰절했다.
"백골단 멤버들이 인사드리겠다"
지난 1월 8일 석 변호사가 자유진영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열린 행사 연단에서 "불법 체포영장에 격분한 청년이 모인 단체를 제가 불렀다"며 백골단 복장을 한 남녀 5명을 소개하자 김정현 반공청년단 대표가 이같이 인사했다.([단독]보수 행사서 반공 외치고 경례한 백골단…초청자는 '尹의 입')
민주화 운동 탄압을 상징하는 사복 경찰 부대를 연상케 하는 이들이 윤 대통령 지지 집회에 등장하자 일각에선 정치깡패를 미화해 동원한다는 비판까지 일었다.
석 변호사는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당일 한 극우 유튜브 채널에 나와 "사실은 시민들이 관저 문 앞이나 입구에서 대통령 차량이 나가는 걸 막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연일 윤 대통령 체포·구속영장과 관련해 거센 목소리를 내는 그를 두고, 지난 1월 19일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에 대한 난동 사태의 배후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아울러 그가 서부지법 난동을 선동한 혐의를 받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가 철회한 사실까지 알려지자 논란은 더 확산했다.
한편 석 변호사의 장외 여론전은 윤 대통령 지지 집회 참석을 넘어 유관 단체 조직으로까지 번졌다.
그는 지난 1월 30일 자신이 단장을 맡고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윤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을 출범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유명 공무원 시험 강사 전한길 씨가 이 단체에 가입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이후 석 변호사 등은 지난달 13일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8차 변론기일에 국민변호인단 출범식을 열고 헌재 압박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집회에서 "계엄의 형식을 빌려 국민에게 위기 상황을 알리고 호소한 것이라고 (윤 대통령이) 밝혔다"면서 재차 계엄 선포를 옹호하고 지지자들로부터 환호받았다.
석 변호사는 지난 1월 21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위해 헌재에 소송위임장을 내고 4차 변론기일부터 대리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하지만 증인 신문, 최후의견진술 참여 등 탄핵 심판 절차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아 장외여론전에서 보인 적극적인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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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월 14일부터 시작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변론이 2월 25일 종료됐다.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물론 16명 증인의 발언은 '계엄의 밤'을 재구성, 화제와 파장을 몰고 왔다. 헌법재판소에서 주목 받았던 인물들을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