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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바다 느끼는 게 몇 년 만인지"…시청각장애인들의 오감 여행

[손으로 만난 세계]③ 밀알복지재단 '남도 오감 여행' 동행취재
'보는 것' 편견 깬 코스…"기회 매우 적지만 도전·자립에 도움"

편집자주 ...두 번째 대통령 탄핵, 50일도 남지 않은 21대 대통령 선거…대한민국이 어느 때보다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는 요즘, 소리가 아닌 손으로 세상을 전하고 접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청각장애인과 수어통역사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청각장애인과 수어통역사들의 '손으로 만난 세계'를 뉴스1이 조명한다.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밀알복지재단은 13명의 시각, 청각 또는 시청각 장애인(장애 당사자), 활동지원사들과 함께 '오감만족 여행'을 진행했다. 지난 17일 전남 완도 해양치유센터에서 50대 남성 김현태 씨(가명)가 재단 직원과 촉수화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4.17/뉴스1 ⓒ News1 남해인 기자

(전남·서울=뉴스1) 남해인 이기범 김종훈 유수연 기자

"바다를 느끼는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어요."

지난 16일 바다 내음이 바람을 타고 콧속으로 깊숙이 들어오던 전남 함평 돌머리해수욕장.

이곳에 어머니를 모시고 온 20대 남성 송지원 씨(가명)는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아들과 팔짱을 꼭 끼고 발걸음을 옮기던 그의 어머니는 시청각 중복장애를 가졌다. 맨발로 해수욕장 모래를 나란히 밟으며 바다를 느끼던 그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온 다른 이들도 서걱서걱한 모래의 감촉을 느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에 쏙쏙 박혀있는 갯고둥과 바쁘게 돌아다니는 작은 게들이 발가락을 간지럽혔다.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밀알복지재단은 13명의 시각, 청각 또는 시청각 장애인(장애 당사자), 활동지원사들과 함께 '오감만족 여행'을 진행했다. 전남 함평 돌머리해수욕장을 거니는 당사자들과 활동지원사들의 모습. 2025.4.17/뉴스1 ⓒ News1 남해인 기자

밀알복지재단(이하 재단)은 13명의 시각, 청각 또는 시청각 장애인(이하 장애 당사자), 활동지원사 등 동행인과 함께 이틀간의 '남도로드 오감 만족 여행'을 떠나왔다. 활동지원사가 오지 못한 경우나 수어 통역, 촉수화 대화가 필요한 경우를 지원하기 위해 재단 헬렌켈러센터 직원들이 밀착 동행했다. 촉수화란 상대의 수어를 손으로 만져가며 대화하는 의사소통 방법으로, 주로 시청각장애인이 사용한다.

이번 여행의 콘셉트는 전남 곳곳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감각 여행'이었다.

신속하게 진행되는 일반적인 패키지 여행과 달리, 여행 내내 조금은 더 섬세하게 진행되는 운영 방식이 눈에 띄었다. 에스컬레이터가 있으면 직원들은 초입에서 "발을 조심하라"고 말과 손짓으로 안내하고, 완전히 젖혀둘 수 없는 문이 나오면 익숙한 듯 문을 잡고 모든 장애 당사자가 통과할 때까지 서 있거나, 계단에서는 높이가 유난히 높은 마지막 칸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안내했다.

낯설지만 설레는 여행지에서 장애 당사자들이 한 걸음씩 차분히 발을 옮길 때마다 이들의 손끝, 코끝, 발끝에는 봄기운이 한 겹씩 쌓였다.

재단 관계자는 "여행을 다녀오는 것 자체가 환기가 돼서, 다녀오고 난 뒤 일상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실적으로 시청각 장애 당사자가 여행을 떠나려고 마음먹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시각과 청각장애 중복등록 장애인 200명과 시청각장애 관련 협회 등 회원으로서 시청각장애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장애인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청각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시청각장애인 28.1% 만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처음 가는 곳에 이동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정보 확보 정도를 묻는 질문에 '거의 확보할 수 없거나 전혀 확보할 수 없다'고 답한 이의 비율은 29.8%나 됐다.

청각장애인에게는 의사소통을 돕고 정보 습득을 지원할 수어통역사가 당사자 1명당 최소 1명이 필요하고, 시청각 중복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촉수화를 할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해 장애 당사자 개인이 여행을 위한 여건을 마련하기에는 비용 문제 등 어려움이 크다. 활동지원사도 필수로 동행해야 한다.

헬렌켈러센터는 한국관광공사가 관광 취약계층의 여행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기획한 열린여행 주간 나눔여행에 참여해 비용 지원을 받아 이번 여행을 진행할 수 있었다. 배리어프리 전문 여행사 무빙트립이 진행을 맡았다.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밀알복지재단은 13명의 시각, 청각 또는 시청각 장애인(장애 당사자), 활동지원사들과 함께 '오감만족 여행'을 진행했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 목포해양유물전시관에서 재단 직원의 도움을 받아 '소소승자총통' 모형을 만져보는 한 당사자의 모습. 2025.4.17/뉴스1 ⓒ News1 남해인 기자

정보를 습득하는 데 제약이 많은 장애 당사자가 여행에 앞서 방문할 장소를 일일이 선별해야 하는 점도 이들이 선뜻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인데, 이번 여행은 이들만을 위한 패키지여행으로 기획돼 다양한 감각을 통해 즐길 수 있는 코스들이 이어졌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 목포해양유물전시관은 '전시관은 물건을 보고, 설명을 듣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깨트렸다. 이곳에선 장애 당사자들이 촉각, 후각을 통해 바닷속 유물과 바다에 얽힌 역사를 만끽할 수 있었다. 점자가 표기돼 있고 테두리를 만져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을 통해 전시 내용을 알 수 있었고, 유물과 똑같은 형태로 생긴 전시품이 있어 직접 손으로 만져보면서 형태를 인식할 수 있었다.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밀알복지재단은 13명의 시각, 청각 또는 시청각 장애인(장애 당사자), 활동지원사들과 함께 '오감만족 여행'을 진행했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 목포해양유물전시관의 점자 표기 도서를 읽는 한 당사자의 모습. 2025.4.17/뉴스1 ⓒ News1 남해인 기자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소소승자총통'을 만져본 장애 당사자들은 "길쭉하게 생겼구나", "끝부분이 신기하게 생겼다"며 흥미로워했고, 해상 무역을 통해 수출입 된 과일을 향으로 느낄 수 있는 전시 코너에선 "이건 복숭아, 이건 매실"이라고 반응하는 등 전시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튿날 방문한 완도 해양치유센터에서는 해조류로 만든 풍성한 거품과 부드러운 촉감의 머드팩을 몸에 바르고, 정화된 바닷물로 채워져 짭짤한 냄새가 감도는 수영장에서 헤엄치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광주송정역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이들의 얼굴엔 아쉬움이 묻어있었지만, 다음 여행에 대한 기대도 가득했다.

50대 남성 이한승 씨(가명)는 "바람이 산뜻하고 좋았고 또 여행을 함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상으로 돌아가면 장애인들이 흩어져서 다시 조용해질 것 같아 아쉽다"고도 했다. 이 씨와의 대화는 재단 직원의 촉수화를 거쳐 이뤄졌다.

목포와 완도를 처음 방문했다는 50대 남성 김현태 씨(가명)는 촉수화를 통해 "해양치유센터에서 발라본 머드팩이 가장 좋았다"며 "다음 여행도 꼭 가고 싶다"고 밝혔다. 어느 지역에 가고 싶은지 묻자 김 씨는 잠시 고민하다 미소 지으며 "제주도와 마라도"라고 답했다.

홍유미 헬렌켈러센터장은 "시청각장애인은 대중교통 이용이 어렵고 정보 접근성이 제한적이어서 여행의 기회가 매우 적다"며 "이번 여행이 단순한 관광을 넘어 시청각장애인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hi_nam@dqdt.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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