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소설에도 나오는 '유심 탈취'…사람도 바꿔치기 할 수 있다?
- 김송이 기자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베스트셀러 작가 정유정이 지난해 발표한 신작 '영원한 천국'에서는 노숙자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살해당한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유심'을 탈취당한 휴대전화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소설 속에서 유심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상 세계 '롤라'에 들어갈 수 있는 티켓과 같은 역할을 한다.
롤라를 만든 미국의 거대 생명공학 회사는 전 세계 노숙자들을 실험 대상으로 해 유심을 무작위로 배포했는데, 이 비밀을 알고 있는 세력이 유심을 빼앗기 위해 노숙자들을 살해한 것이었다.
최근 2300만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의 가입자 유심 정보 탈취에 성공한 해커도 어쩌면 타인의 계좌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티켓을 얻은 걸지도 모른다. 유출된 유심 정보를 새로운 심 카드에 복제하면 휴대전화 인증 번호를 가로채서 본인인증을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88만 구독자를 보유한 IT 전문 유튜버 테크몽은 "단순히 이름, 전화번호, 주민번호와 같은 정보가 털린 게 아니다"라며 "ISMI나 유심인증키가 털리면 해커들은 사용자를 속이려고 보이스피싱을 하지 않아도 바로 통장에서 돈을 빼내거나 이상한 사이트에 가입해서 결제하는 등의 만행을 저지를 수 있다"며 이번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SKT는 지난 19일 오후 11시 40분쯤 해커의 악성코드 공격으로 △전화번호 △유심 인증키값 △이동가입자식별번호(IMSI) △단말기고유식별번호(IMEI) 등 가입자 유심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SKT는 관련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유심보호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유심을 무료로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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