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권기구 "계엄 때 뭐했나"…인권위 "尹 방어권 보장 권고" 답변
계엄 직권조사는 거부…'군 장성 보석 허가 촉구' 담지 않아
윤 일병 사건 유족에 손해배상 소송…"위원회 입장 아냐" 발뺌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대응을 묻는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간리) 질의에 일명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권고' 안건을 의결했다고 답변서 초안에 적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간리 답변서 초안'에 따르면 인권위는 '계엄령 선포와 관련된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한 대응'을 묻는 간리 측 질문에 △인권위원장 성명 발표 △인권 모니터링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관련 인권침해 방지대책 권고 및 의견표명 결정 등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지난 2월 10일 인권위에서 의결된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관련 인권침해 방지대책 권고 및 의견표명 결정'은 탄핵심판 사건 심리 과정에서 사법부와 수사기관이 윤 전 대통령의 방어권을 철저히 보장할 것과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인권위가 계엄령을 선포한 정치권력을 비호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반면 인권위는 당시 계엄령 선포로 인한 인권 침해에 직권조사가 필요하다는 일부 시민사회단체 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점을 답변서에 넣지 않았다. 인권위는 지난 2월 비상계엄 선포로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내용의 진정도 각하했다.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은 지난해 12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대통령, 국방부 장관, 계엄군 지휘관들에 대한 탄핵소추·형사고발·수사 등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조사를 개시해도 인권위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며 "군 인권 침해 문제에 한정해 직권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위법상 재판이나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각하할 수 있다.
다만 인권위 군인권보호국은 '내란 혐의'로 구속된 군 장성 5명에 대해 지난 3월 "신속한 보석 허가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이 사실도 답변서 초안에는 담기지 않았다.
인권위는 또 2014년 가혹행위로 숨진 고 윤승주 일병 사건과 관련, 윤 일병 유족과 민·형사상 갈등이 불거진 것을 두고 "인권위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일부 위원들의 개인적 사안으로 축소했다.
인권위는 "진정 관계자들 또는 인권 옹호자들의 방문과 항의, 인권위원 및 직원에 대한 면담 요청이 빈번하며 때로는 고조된 감정으로 인한 과격한 언동, 업무공간에서의 퇴거 요청에 대한 불응 상황도 발생한다"며 "위원회는 이러한 경우에도 사법적 해결보다는 대화와 상호 간의 이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위원은 군인권센터와 윤 일병 유족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1심 법원은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김 위원이 항소하면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김 위원은 또 유족들이 허가받지 않고 인권위로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는 이유로 군인권보호총괄과장에 대해 수사 의뢰를 했지만 경찰은 의도적으로 출입문을 개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내사 단계에서 사건을 종결했다.
서 의원은 "인권위가 권위주의 정부를 옹호하고 고유의 독립성을 상실해 간리 승인소위 심사를 받는 것"이라며 "안 위원장은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오는 26일 제11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간리 특별심사를 위한 답변서 초안을 심의한다. 하지만 다음 달 1일까지 간리 측에 제출해야 할 답변서를 충분히 심의, 수정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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