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규선 인권위 상임위원, 이임식서 "인권위원장 사퇴하라" 요구
19일 오후 이임식서 작심 발언…"독립성 없으면 인권위 아냐"
"'윤 일병 사건' 마무리 못해 죄송…제대로 다시 심의해야"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남규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이 19일 퇴임사에서 안창호 인권위원장을 향해 "사퇴하라"고 작심 발언했다.
남 위원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인권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권고에 참여하지 않았어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 위원은 "독립성 없는 인권위는 인권위가 아니다"라면서 "인권위를 위해서, 우리 사회 인권 신장을 위해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위해서 진심으로 말씀드린다"고 했다.
남 위원은 잠시 울컥하는 표정으로 "제 임기는 지난해 8월 5일까지였으나, 여러 혼란스러운 상황과 함께 9개월하고도 14일을 더 일하게 됐다"며 "아직도 혼란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는 걸 알기에 마음이 더욱 무겁기만 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특히 '윤 일병 사건'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는 점에 대해 "임기 만료로 완료하지 못하게 돼 죄송하다"며 "이 사건 다시 제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 위원은 "인권위는 2023년 4월 윤 일병 진정 사건에 '22년 7월 1일부터 23년 6월 30일까지 진정은 1년이 지났어도 조사대상이 된다'는 특례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각하했다"며 "윤 일병 사건은 인권위에 군인권보호관 제도를 도입하게 했지만, 인권위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남 위원은 1990년대 초부터 정부에 국가인권기구 설립을 요구하는 인권 활동가로 시작해 인권위 설립준비기획단을 거쳐 인권위 출범 후 직원으로 근무했다. 이어 지난 2021년 8월부터 지금까지 3년 9개월간 인권위 상임위원으로 재직했다.
이날 남 위원의 이임식에는 안창호 위원장을 비롯해 원민경·소라미 비상임위원 등 전·현직 인권위원들, 직원들 및 인권단체 활동가 등 60여 명이 참석해 남 위원에게 환송의 의미로 박수를 보냈다.
안 위원장은 이임식에서 "인권위에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 국민의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우리 사회에 소외되기 쉬운 목소리를 대변하고 노력해 오신 남 위원님의 퇴임에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며 담담히 남 위원의 공로를 치하했지만, 남 위원의 '사퇴' 요구에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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