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식당 알바, 잘못인가요…번호 따간 손님, 나이 듣고 연락 뚝"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서른 살에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성이 손님들의 지나친 관심과 오지랖에 자존감이 떨어진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30대에 식당 아르바이트하면 좀 없어 보이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서른 살이라고 밝힌 A 씨는 "전 지난 한 해를 우울증으로 멍하니 날렸고, 올해 백반집 식당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초조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사회에 발을 다시 들였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하루하루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런 A 씨가 난감해하는 건 손님들이 자신의 나이를 추측하고 조언이랍시고 훈계한다는 점이었다. 일부 손님은 "몇 살이냐? 어려 보이는데 벌써 서른 살이냐? 그 좋은 나이에 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냐? 회사에 들어가라"고 하거나 A 씨가 자격증을 공부한다고 답하면 어떤 자격증인지 꼬치꼬치 캐묻기도 했다고.
또 A 씨는 "목에 사원증 건 커플이 와서 자기들끼리 제 나이 맞추기를 하고, 술에 취한 아저씨나 아줌마들은 딸 같다면서 '알바하지 말고 자리 잡을 생각을 해라'고 훈계한다. 가끔은 저를 붙잡고 본인들 자식 자랑하는 분들도 있다"고 씁쓸해했다.
이어 "최근엔 정장 입은 남자분들이 점심때 오셨는데, 그중 한 분이 저를 뚫어져라 쳐다봤고 저도 그분이 꽤 호감상이라 쳐다보다가 몇 번 눈이 마주쳤다"며 "그분이 저녁에 다시 와서 저한테 명함을 주고 가셔서 연락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제가 나이 공개하기 전에는 이모티콘도 많이 쓰고 주말에도 일하냐고 적극적으로 물어보던 분이었는데, 나이 공개하니까 바로 말투가 변했다"며 "그분은 27세였는데 연상을 만나본 적 있지만 자리 잡은 사람들만 만나왔다더라. 결국 제가 먼저 '인연이 아닌 것 같다'고 하니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제가 대학생일 거라 생각하고 명함을 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친구들은 단체 대화방에서 회사 얘기하는데 저는 거기 낄 수도 없고, 만나서도 저만 동떨어진 기분이다. 식당 알바하는 게 죄도 아닌데 제가 왜 부끄러워하고 있는지 하루에도 수십번씩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그저 생계만을 위해 일하고 있는 거라 스스로가 더 부끄러운 거 아닌가 싶다"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 속에서 저만 갈 곳이 없는 것 같다. 미래의 제 모습이 조금도 그려지지 않는다. '그 나이에 언제까지 알바하고 있을 거냐'는 말이 돌아오니까 무서워서 말도 못 하겠다"고 토로했다.
누리꾼들은 "나이 서른에 놀고 있는 게 부끄러운 거지. 어떤 일이든 일하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내 신상을 낯선 손님들한테 일일이 말할 필요 없다. 그냥 얼버무리고 넘겨라. 손님들 오지랖도 넓다",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보다 훨씬 괜찮다", "손님들 때문에 감정 소모하지 말고 본인에게만 집중하라", "서른 살. 고민 많은 나이지만 늦지 않았으니 도전해 봐라" 등 A 씨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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