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잔이면 괜찮다"는 믿음, 맥주 500mL엔 예외였다
[김규빈의 저널톡] 스페인 성인 1만6000명 추적…음료별 사망 위험 분석
'맥주' 과음 비율 가장 높아, 29.1%…사망위험 1.3배 더 높아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하루 한 잔쯤은 괜찮다는 다짐이 맥주 앞에서는 달라질 수 있다. 음주량이 적어도 맥주를 선호하는 사람의 사망위험도는 최대 1.3배 높을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2일 줄리아 폰탄 벨라 스페인 국립 보건연구소 연구진이 성인 1만 6130명을 대상으로 약 8년간 알코올 섭취량·음료 선호도·생활 습관 등과 사망률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밝혔다. 추적 기간은 중앙값 기준 8.4년으로, 이 기간에 총 1663명이 사망했다.
하루 20g의 알코올은 맥주 기준으로 약 500mL, 와인 200mL, 증류주 60mL에 해당하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1일 적정 음주 한도와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이다. WHO는 성인 남성 기준 하루 20g, 여성 기준 10g 미만의 알코올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전체 알코올의 50% 이상을 특정 음료(와인·맥주·증류주)로 섭취하는 경우 특정 주류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봤다. 그 결과 참가자의 40.7%가 맥주, 30.9%가 와인, 11.7%가 증류주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다만 이 중 맥주 선호자는 평균 연령이 가장 낮고, 과음 비율(최근 30일 내 폭음 경험)이 29.1%로 가장 높았다.
분석 결과, 하루 20g 이하의 저위험 음주자 중에서는 맥주 선호자가 사망률이 약 1.35배(HR=1.35, 95% CI 1.01–1.8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HR(Hazard Ratio)은 사망 위험의 상대적 비율을 뜻하며, 1보다 크면 사망 위험이 더 높다는 의미다.
반면 술을 적게 마시는 사람들 중 와인이나 증류주를 선호한 사람은 사망률 증가와 유의한 관련이 없었다.
하루 20g을 초과한 고위험 음주자 분석에서도 사망률은 전반적으로 증가했지만, 선호 음료 종류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구체적으로 맥주, 와인, 증류주 모두 일일 섭취량이 늘어날수록 HR 수치가 높아졌고, HR은 각각 1.24, 1.06, 1.34로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성별·연령·교육 수준에 따른 차이는 크지 않았고, 사망률은 총섭취량과 과음 여부가 가장 큰 결정요인이었다.
연구팀은 "맥주처럼 빠르고 자주 마시는 음료의 경우 섭취량보다 음주 패턴이 건강에 더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소량 음주라도 생활습관이 병행되지 않으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연구는 비음주자나 과거 음주자까지 포함한 표본으로 인해 혼란이 컸는데, 이번 연구는 현재 음주자만을 표본으로 해 정확도를 높였다"며 "앞으로는 알코올 선호 외에도 음주 속도·섭취 간격·음식 동반 여부 등 보다 정교한 생활습관 변수들을 반영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공중보건학회지(Public Health) 4월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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