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임신 결혼한 아들에 목돈 빌려서 줬는데…명절·생일날 연락 '뚝'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결혼 때 목돈을 보태줬는데 이후 뜸해진 아들 때문에 서운하다는 아버지의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21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60대 남성 A 씨는 30년 전 아내와 이혼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아들은 재혼한 엄마 곁을 떠나 아빠와 살고 싶다고 찾아왔다.
그렇게 아들과 단둘이 살게 된 A 씨는 일이 바빠 돈독하게는 못 지냈지만 대학 학비까지 지원해 줬다고. 졸업한 아들은 원하던 대기업에 입사한 뒤 독립했다.
그러다 2년 전 갑자기 임신한 여자 친구를 데려온 아들은 "여자 친구 배가 부르기 전에 결혼식을 올려달라"고 말했다. 당시 모아뒀던 목돈이 많지 않았던 A 씨는 무리하게 돈을 빌려 보태줬고, 그해 7월 아들이 무사히 결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아들과 연락이 끊겼다며 "두 달 뒤였던 추석을 시작으로 이듬해 설날, 제 생일 때까지 전화 한 통 없더라. 원래는 집에도 찾아오던 아들인데 저도 부담 주고 싶지 않아 일부러 연락 안 했지만, 결혼한 지 1년쯤 됐을 때 손주가 너무 보고 싶어 먼저 연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머니가 증손주 주라고 챙겨준 용돈도 두둑하게 들고 아들 집에 찾아가 '서운하다'고 털어놨다. 아들이 '미처 생각을 못 했다'며 미안하다길래 오해가 있었구나 싶었다"면서 "하지만 그해 추석과 올해 설날까지 역시나 연락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젠 제가 상처받을까 봐 먼저 연락하기도 두렵다. 주변 사람들한테 얘기하니, 요즘 애들은 다 그렇다더라. 저한테 이것저것 해달라는 것보다 낫다고 위로하는데 너무 무심한 아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제 마음이 편해질까요?"라고 물었다.
박상희 심리학과 교수는 "아버님께서 너무 서운하실 것 같다. 40대부터 아들을 혼자 키운 건데 얼마나 서운하겠냐?"면서 "그런데 제 생각엔 서운한 감정은 조금 내려놓고 차분하게 생각해 봐라. 아들도 어린 나이에 대기업 다니고 갓난아기 키우면서 결혼 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시기다. 사실 부모님이 도와줘야 하는 때라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굉장히 괘씸한 건 있다. 그 부분에 대해 따끔하게 가르치면 된다. 아들도, 며느리도 너무 모른다"고 전했다.
누리꾼들은 "명절, 생일 때 연락 없으면 그냥 손절해라", "찾아뵙지는 않더라도 연락은 드려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럴 거면 결혼도 자기 돈으로 해야지", "무자식 상팔자가 명언이다", "너무 씁쓸하겠다", "아들이 독립 못 해서 부모 집에 얹혀사는 것보다 낫다" 등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부모인 A 씨가 잘못했을 거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아들이 부모님 이혼하면서 어디에도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나 보다. 엄마 재혼해서 아빠를 찾아갔을 때도 삶의 대안이 없어서 찾아갔을 뿐"이라며 "학비 주고 결혼 때 보태준 건 '어렸을 때 자신을 방치했으니 부모로서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고 큰 고마움은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누리꾼은 "아들과 나쁘지 않은 관계라고 한 건 사연자의 생각일 뿐, 아들의 상처는 들여다보지 않은 것 같다"며 "명절조차 안 찾아왔다면 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두 사람이 쌓아 온 관계가 그것밖에 안 된 걸 수도 있다. 아들 입장 들어보면 '난 평생 아빠 없이 살아왔고 커서 잠시 몸을 의탁한 적 있지만, 아빠에게 정은 없다'고 대답할 듯"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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