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싸우느라 어버이날 못 챙겨"…마약 투약 폭로 협박한 30대 징역형
[사건의재구성]자신 욕하는 메신저 대화 보고 화내며 상해
법원 "죄책 가볍지 않아…피해자에게 용서도 못 받아"
-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집에서 음악 작업을 함께하기로 했던 A 씨(30)와 B 씨(26)의 신뢰에 금이 가는 건 한순간이었다. 지난해 5월 7일 새벽 2시쯤 A 씨는 B 씨의 휴대전화를 보다 자신을 욕하는 메신저 대화를 발견했다.
배신감이 몰려온 A 씨는 곧장 B 씨에게 가 욕설하며 화를 쏟아냈다. 그러던 중 이들의 공동 지인인 C 씨가 도착해 상황을 중재하려고 시도했다. C 씨는 잔뜩 흥분한 A 씨 몰래 B 씨와 상황극을 벌여 사안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동생을 잘못 키웠으니 미안하다. 날 봐서라도 그만해 A야."
C 씨는 집에 있던 마대자루를 들고 B 씨의 엉덩이를 때리며 A 씨에게 말했다. A 씨가 분이 풀리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A 씨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그는 "너 때문에 네가 아끼는 형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냐"며 마대자루를 들고 B 씨의 허리 등을 수차례 때리기 시작했다. B 씨의 허리와 발을 걷어차고,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폭행했다.
다음 날에도 A 씨는 과격한 범행을 이어갔다. A 씨는 B 씨에게 "너 때문에 작업이 늦어져 어버이날을 챙기지 못해 어머니가 마음이 상했다"며 돌연 B 씨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사진과 영상을 들이밀었다. B 씨가 마약을 구매하거나 투약하고 싶어하는 내용의 대화가 담겨있었다.
A 씨는 "너 때문에 내가 피해를 봐서 보상을 해줘야 하니 50만 원을 내놔라. 그렇지 않으면 네가 마약을 했다고 하는 동영상과 사진 파일을 너희 부모님과 지인에게 퍼뜨리겠다"고 B 씨를 협박했다.
또 "경찰에 네가 마약을 한다고 신고하겠다"며 5개월 동안 매월 200만 원씩 1000만 원을 지급하면 대화 내용과 영상을 삭제하고 200만 원을 돌려주겠다고도 했다. A 씨의 이런 말에 겁을 먹은 B 씨는 그 자리에서 50만 원을 그에게 송금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8단독 이세창 부장판사는 상해와 공갈 혐의를 받는 A 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행의 수법과 내용, 피해 정도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 B 씨와 합의가 되지 않아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 씨가 B 씨를 위해 500만 원을 공탁했지만 B 씨가 수령을 거절하겠다고 밝혀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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