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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대 수장이 본 제주항공 참사…"유족 트라우마 고민 컸다"

박우현 경찰청 과학수사심의관 "온전한 시신이 거의 없었다"
68시간 만에 179명 신원 확인…"유족 알권리 무엇보다 중요"

박우현 경찰청 과학수사심의관이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현장에 온전한 시신이 거의 없었다. 유가족 입장에서는 빨리 시신을 인도받아 장례를 치르고 싶어 하지만, 시신이 여러 조각으로 흩어져 '시신 재구성'에 어려움이 있었다."

참사 현장은 참혹했다. 꼬리만 남긴 항공기. 179명의 희생자. 공항을 가득 메운 울음소리. 시신 수습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기록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최일선에는 과학수사대(KCSI)가 있었다.

이들은 참사 9일 만에 희생자 신원 확인과 시신 인도 절차를 마쳤다. 국내외 다른 항공기 사고와 비교해 단시일에 초기 사고 수습이 이뤄졌다. 현장에는 전국 시도경찰청 168명(연인원 897명)의 과학수사관이 투입됐다. 이들을 이끈 박우현 경찰청 과학수사심의관(55·경찰대 8기)은 현장 수습 당시 딜레마적 상황을 토로했다.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과학수사 경찰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2024.12.30/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마주해 남는 상처와 만나지 못해 응어리진 마음 사이

"고인의 마지막 모습은 유가족들에게 평생 트라우마로 남는다. 시신을 최대한 온전한 모습으로 확인해 드려야 하지만, 빨리 고인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유가족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해 드리는 방안을 고민했다."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만난 박 심의관은 "먼저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며 이번 참사 수습 과정의 어려움과 현장의 고민을 털어놨다.

온전치 않은 고인. 이를 마주해 남는 상처와 빨리 만나지 못해 응어리진 마음. 이 둘 사이 딜레마적 상황 앞에서 현장의 과학수사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법의학자들의 고민은 짙어졌다. 결국 유족의 동의가 있을 경우 시신 재구성이 70% 수준에 머물더라도 시신을 인도하는 절차가 이뤄졌다.

박 심의관은 "법의학자들은 최대한 온전한 상태에서 시신을 인도하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도 같은 의견이었고 그분들께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까 걱정됐지만, 유가족 의사를 최대한 존중했다. 유가족들의 마음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 이번에 이뤄진 절차를 매뉴얼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은 법의학계에도 많은 화두를 던졌다. 시신이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춰야 검안서를 발부하는지 기준이 없었는데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우현 경찰청 과학수사심의관이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68시간 만에 179명 전원 신원 확인…"첫 DVI 3단계 발령"

당초 경찰은 사고 발생 초기 희생자 신원 확인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동체 손상, 폭발, 화재로 인해 시신이 1000조각 넘게 넓은 범위에 흩어진 탓이다. 하지만 사고 발생 12시간 만에 희생자 전원에 대한 시신 수습이 이뤄졌고, 68시간 만에 179명 신원 확인, 9일 만에 유족 인도 및 장례 절차가 진행됐다.

이에 대해 박 심의관은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재난 현장의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경찰청의 직접적 주도 아래 전국 단위 '한국형 재난 희생자 신원 확인(K-DVI)' 체계를 기반으로 비교적 신속 정확하게 현장 수습과 신원 인도가 이뤄졌다는 것이 경찰 내부 평가"라고 밝혔다.

재난 희생자 신원 확인(Disaster Victim Identification, DVI) 체계는 다수 희생자가 발생하거나 시신 훼손이 심해 신원 확인이 어려운 재난 등에서 과학적 기법을 활용해 신속·정확하게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인터폴 표준 절차를 말한다. △현장수색 △시신검안 등 사후자료 조사 △유족 등 생전자료 조사 △조정절차 등 총 4단계로 구성됐다.

경찰청은 2018년부터 K-DVI 체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기존 경찰서 팀 단위의 과학수사 조직을 시도경찰청 단위로 광역화하고, 검시조사관·지문감정관 등 전문 인력 양성 체계를 갖춘 게 핵심이다.

경찰은 신고 접수 후 즉각 전남경찰청 단위의 과학수사관을 소집하는 DVI 1단계를 발령하고, 이후 1시간 만에 경찰청에서 호남권 단위의 2단계, 2시간 만에 전국 단위 3단계를 발령했다.

전국 단위 DVI 3단계를 가동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국수본 과학수사심의관실을 전남경찰청으로 옮기다시피 하고 신속 DNA 분석기 39대, 지문 감식 장비 등이 탑재된 CSI 버스 17대, 법의관 포함 228명을 지원했다.

신원 확인은 지문과 DNA 감정을 통해 이뤄졌다. 박 심의관은 "온전한 시신은 없었지만 다행히 지문이 남아 147명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마저도 어려운 분들은 DNA 시료를 추출해 확인했다"며 "이 같은 작업이 밤새 이뤄졌고 신원 확인에만 6주가 걸리는 다른 국내외 대형 재난 사고와 비교해 빠른 속도로 확인 절차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박한신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18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읽는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5.1.1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현장 수습 과정에서 유족의 알 권리 무엇보다 중요"

이번 참사에서는 최근 발생했던 다른 사회적 참사와 달리 정부와 유가족 간 갈등이 적었다. 참사 발생 직후 초반에는 일부 유가족들이 신원 확인 여부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안내에 항의하기도 했지만, 사고 수습 절차가 마무리되고 합동 추모식 과정에선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를 두고 박 심의관은 유가족의 알 권리가 보장된 점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박 심의관은 "현장 수습 과정에서 신속성과 정확성이 중요하지만, 유가족에 대한 설명 등 알 권리 보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던 사고 수습 현장에서 진행 상황을 일일이 안내해 드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충격과 고통 속에서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유가족의 입장을 헤아려 사고 수습 진행 상황과 일정, 관련 절차 등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알려 드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매일 유가족을 대상으로 진행 상황 브리핑이 실시된 점을 비롯해 심야 시간까지 경찰 안내데스크를 운영하고 신원 확인부터 시신 인도, 유류물 확인 등 전 과정에서 담당 형사와 피해자 전담 경찰관이 일대일로 안내한 점 등을 짚었다.

박 심의관은 "이번 참사 수습 과정에서 정부 각 부처와 유관기관이 그 어느 때보다도 유가족 입장에서 촘촘하고 세심하게 대응했던 것 같다"며 '정부 통합 지원 센터'를 통한 신속한 민원 조치 및 심리·의료 지원이 있었던 점을 들었다.

아울러 희생자 및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악성 게시글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응한 점도 유효했다고 봤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23일 기준으로 참사 관련 악성 게시글 총 233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며, 14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경찰청은 현장에 투입됐던 과학수사관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유·예방을 위해 '긴급 심리 지원'을 제공 중이다. 박 심의관은 과학수사관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토로하며 인력 확충 등 근무 여건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심의관은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과학수사관들이 좋은 여건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며 "282명의 검시조사관들이 1년에 약 5만 5000여 건의 변사 현장에서 시신을 매만지고 있는데 과학수사에 대한 투자가 좀 더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우현 경찰청 과학수사심의관이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 심의관이 경찰청 과학수사관 28명이 현장 활동을 기록한 수필집을 들고 있는 모습. 2025.1.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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