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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농촌도 정신건강 얘기 꺼려…'이장님'들이 소매 걷었다[외딴 죽음]⑥

미국·호주 등 해외선 민관 협력 강화…"자살은 사회 공동 책임"
해외 농촌도 폐쇄적 '사각지대' 문제…'생명지킴이' 육성 관건

편집자주 ...아흔 살 할머니 이금자(가명) 씨는 올해 초 다리와 허리를 다쳐 석 달 동안 집 밖을 나가지 못했다. 그때 만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우울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금자 씨는 "우울? 그런 거 잘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기자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글썽였다. 뉴스1은 지난 두 달간 농촌에 거주하는 자살 위험군 18명과 자살 유족 7명, 주민 및 복지센터 관계자 20여 명 등 50명가량을 만나 자살 실태를 심층 취재했다. 전국 정신건강 병의원 1190곳 분포를 직접 분석한 결과 의사의 조력을 받기 쉽지 않은 농촌의 현실도 확인했다. 생명존중 탐사 기획 '외딴 죽음'을 통해 금자 씨처럼 적막감에 둘러싸인 '농촌 사람들'의 자살 예방 방안을 모색해 봤다.

미국 뉴욕주 뉴욕시 맨해튼과 뉴저지주 포트 리를 연결하는 조지워싱턴 대교 보행자 통로에 설치된 보호 울타리에 자살예방 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모습. 2022.01.12/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남해인 홍유진 기자

"농촌 지역은 의료 서비스, 행동 건강 관리, 응급 및 위기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특히 미국에선 자살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단인 총기 소유율이 높습니다"

미국 미시간주에 자리한 학술 의료 센터 '헨리 포드 헬스'의 브라이언 아메다니 박사는 <뉴스1>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에서만 4만 9000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1분마다 1명이 사망한 것이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 미국 농촌 지역의 자살률이 도시 지역보다 꾸준히 높았다. 2000~2020년 미국 수도권의 자살률은 27.3% 올랐지만 비수도권 지역의 자살률은 46%나 상승했다.

도시와 농촌 간 자살률 격차는 이처럼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공통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다. 해외에선 농촌의 정신건강 문제를 정부 기관만이 아닌 민간까지 협력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이 자리잡혀 있다. 무엇보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이·통장 등을 '자살 예방 생명지킴이'(게이트 키퍼)로 육성하며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살 예방'에 책임 의식을 공유하는 풍토를 마련하고 있다.

자살 예방 위해 '구체적인' 국가전략 제시한 미국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미국은 최근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2024 국가전략'을 제시했다. 계획에는 크게 △지역사회 기반 자살 예방 △치료 및 위기 개입 서비스 △감시·품질개선·연구 △자살 예방을 위한 건강 형평성 등이 담겼다. 미국의 자살 예방 정책에는 '자살 문제는 단일 기관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미 미국은 2010년 9월 200개가 넘는 민간기관과 공공기관이 모여 전국 자살 예방 행동 연맹을 설립해 자살 예방 대책 지휘소 역할을 하고 있다.

'2024 국가전략'을 살펴보면 '지역사회 기반 자살 예방'의 세부 목표에는 △주·부족·지방 및 준주 단위의 자살 예방 인프라 구축 및 유지 △효과적이고 광범위하며 협력적이고 지속 가능한 자살 예방 파트너십 구축이 포함됐다. 미국이 자살 예방 정책에 있어서 '지역 기반 강화'와 '민·관 협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코넬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이 위기에 빠진 농촌을 구하기 위해 1986년 설립한 단체인 'NY 팜네트'(NY FarmNet) 누리집. 2025.01.31/뉴스1

실제로 미국에선 오래전부터 지역 사회와 기관, 대학 등이 협력해 자살 예방에 나서고 있다. 'NY 팜네트'(NY FarmNet)를 예로 들 수 있다. NY 팜네트는 코넬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이 위기에 빠진 농촌을 구하기 위해 1986년 설립한 단체로, 뉴욕주와 코넬대학교의 자금으로 운영된다. 이 단체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뉴욕주의 농장주들에게 무료로 재정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단체는 단순히 재정적 문제뿐만 아니라 농촌을 대상으로 하는 자살 예방 교육을 중요하게 운영한다. 특히 코넬대학교와 협력해 농촌 지역에 표준화된 자살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45~60분가량 참가자들에게 정신 건강을 관리하고 위기에 처한 타인을 돕는 방법을 교육한다. 대학과 지역 사회, 정부 기관이 자살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민의 약 28%가 외딴 지역에 거주 중인 호주에서도 자살 예방 정책에 민·관이 협력한다. 예컨대 2007년부터 시작된 농촌 역경 정신 건강 프로그램(Rural Adversity Mental Health Program·RAMHP)은 비영리기관으로 뉴사우스웨일스 보건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농촌 주민과 지역 사회의 정신건강을 관리한다. 여기에는 다양한 민간 기관들이 참여 중이다.

RAMHP에는 뉴사우스웨일스 전역에서 근무하는 20명의 코디네이터가 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근무하는 지역 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지역 상황에 대한 이해가 깊어 농촌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이들은 주민들에게 정신건강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어려움을 겪을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기관을 소개한다.

미국의 자살예방 상담전화 번호 '988'이 적힌 책갈피. 2022.09.01/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주민 서로서로 너무 잘 안다" 낙인 우려…'이·통장' 생명지킴이로 육성

농촌의 폐쇄성과 낙인효과 우려 때문에 의료기관 등에 도움을 청하길 꺼리는 분위기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캔자스 대학이 지난 2015년 펴낸 '농촌 문화 역량 강화 백서'에서 농촌의 특성으로 "주민 서로서로 너무 잘 안다"는 점을 짚었다. 즉, 농촌에서 정신과를 찾거나 어려움을 호소할 경우 곧바로 소문이 쉽게 퍼져 낙인찍힐 수 있다는 것이다. 백서는 특히 농촌 주민들이 정신질환 등 어려움을 의료기관이나 전문적인 도움 대신 종교 기관이나 친구, 가족 등에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자살 예방 게이트키퍼'의 역할이 농촌에서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기관이나 군인·교원·경찰·소방 등 다양한 직종별로 자살 예방 게이트키퍼가 양성되고 있으며, 특히 지역주민이 대체로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통장을 게이트키퍼로 양성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요컨대, 게이트키퍼는 특정 연령대나 직업군만이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교육을 받는다면 활동할 수 있다. 즉, 기관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자살고위험군을 게이트키퍼들이 인지하고, 이들의 자살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33년까지 '마음의 서포터'라는 자살 예방 게이트키퍼를 100만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고치현에선 '게이트키퍼' 양성을 적극 실시하고 있다. 게이트키퍼가 되려면 시정촌에서 진행하는 양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강의를 듣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게이트 키퍼'로 등록할 수 있게 되고, 고치현의 자살 대책에 관한 정보 등을 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

일본 야마나시현에서 공개한 안심 메시지와 자살예방 핫라인 번호가 인쇄된 화장지. 2022.11.04/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호주 RAMHP의 경우 다양한 농촌의 정신건강 리터러시를 구축하는 것으로 목표로 한다. 특히 RAMHP의 '정신건강 지원기술'(Mental Health Support Skills·MHSS) 교육 시간이 1~3시간에 불과한 단기과정이지만, 지역사회 구성원과 게이트키퍼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호주 뉴캐슬대학교 연구팀이 2017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MHSS 프로그램을 수강한 49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1%(4453명)가 "교육을 통해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을 적절한 서비스와 정보에 연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답했다.

교육 후 2개월 뒤에 다시 진행한 설문조사(응답자 571명)에선 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 중 53%(301명)가 정신 건강에 대해 누군가에게 물어보거나 이야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31%(179명)는 누군가에게 웹사이트나 서적 등 자료를 제공했고, 27%(154명)는 정신건강 기관 또는 의료 전문가 연락처를 공유했다. 특히 고무적인 점은 응답자들이 교육 후 총 2252명과 정신건강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는 점이다.

헨리 포드 헬스의 브라이언 아메다니 박사는 농촌 자살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가 고립임을 꼬집었다. 그는 "고립은 자살 위험의 특징 중 하나"라며 "가족과 친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다른 사람들의 안부를 묻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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