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바람 내쫓나"…미아리 성노동자들 길바닥 누워 강제철거 저항
천막 농성 시작하며 격렬한 반발…"우리는 살고 싶다"
"신발도 못 신고 쫓겨나" 맨발의 성노동자…소음유지 명령서 발부도
- 신윤하 기자,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김종훈 기자 = 성매매 집결지 '미아리 텍사스' 강제 철거에 반발한 미아리 성노동자들이 17일 오전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성노동자들은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일부가 옷을 벗고, 구청 직원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다.
미아리 성노동자 이주대책위원회(이주대책위)는 이날 오전 서울 성북구 삼선동 성북구청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천막과 인도에는 '우리는 살고 싶다',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죽음으로 싸우겠다', '너희가 탄압이면 우리는 투쟁이다' 등의 피켓이 놓였다.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30여명은 오전 9시쯤 "이승로(성북구청장) 사퇴하고 성북구청 해체하라", "주민들의 생명을 보장하라", "대책 없는 개발사업 투쟁으로 쟁취하자"며 구호를 외쳤다.
이들 중 일부는 신발도 못 신고 쫓겨났다며 맨발로 서 있었다. 잠옷 차림의 여성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신월곡1구역 이주대책 강구하라', '강제 이주나 철거는 죽음으로 대응하겠다' 등의 피켓을 목에 걸고 2열로 서서 집회를 이어나갔다.
이주대책위는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지난해 9월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싱글맘을 추모하며 묵념했다. 이 싱글맘은 미아리 성매매 집결지에서 일하던 성노동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잠옷 차림을 한 김수진 이주대책위원장은 "어제 강제 집행을 당하고 갈 곳도 없는데 제대로 된 옷도 못 입고 신발도 없이 쫓겨났다"며 "저희가 소지품이라도 챙길 수 있게 해달라고 했는데 '해줄 수 없다'고 했고, 신분증이라도 꺼내달라고 하니 제3자한테 전해주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경찰과 성노동자들 사이 긴장은 계속됐다. 구호를 외치던 중에 기동대 경력이 현장에 배치되자, 경찰들이 천막을 철거하는 것으로 오인한 집회 참가자들이 천막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기동대는 15명가량 배치되었으며 그중 절반은 방패를 들기도 했다. 성북구청 직원들과 성북경찰서 경찰 30여명이 구청 건물과 이주대책위 사이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기도 했다.
한 여성은 옷을 모두 벗어 던지고 성북구청 앞에서 격렬하게 저항했다. 기동대원들이 당황하며 제지하자 1분여 뒤에 여성이 다시 옷을 입으면서 소동이 마무리됐다.
또 다른 여성이 목에 피켓을 건 채로 구청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면서 구청 직원,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구청 공무원이 "뭐 하는 짓이야"라고 큰소리를 치자, 집회 참가자들은 "어디서 반말이냐. 이거 공무 아니냐"고 항의했다.
한 성노동자는 마이크를 잡고 "능력 좋은 것들은 별걸 다 트집 잡는다"며 "우리가 부모를 잘 만나서 공부 제대로 했으면 너네만큼 못했겠냐. 무시 좀 하지 마라"고 외쳤다.
이주대책위는 가요를 틀어놓은 채 춤을 추고 인도에 드러누우며 구청에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집회 소음 기준인 70㏈을 넘긴 82.7㏈이 나왔다고 경찰이 오전 9시 47분 '기준 이하 소음유지·중지 명령서'를 발부하기도 했다.
이주대책위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지하철 4호선 길음역 10번 출구부터 미아리 텍사스 일대 300m를 행진할 예정이다.
앞서 전날(16일) 서울북부지법은 미아리 텍사스에서 명도집행을 단행했다. 전날 명도집행 과정에서 건물 명도를 위한 집행 인력들과 성매매 여성들이 충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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