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방화부터 퇴근길 흉기난동까지…불안한 한국
봉천동 아파트 방화·미아역 흉기난동…이틀 연속 흉악범죄
2023년 신림동 흉기난동 이후 연쇄 흉악범죄 연상시켜
-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봉천동 아파트 방화 사건이 일어난 지 하루 만에 미아동 퇴근길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졌다. 두 사건 모두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갑작스럽게 벌어진 강력범죄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 2023년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으로 촉발된 연쇄 흉악범죄가 다시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북경찰서는 전날 살인 혐의로 30대 남성 A 씨를 현행범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A 씨는 전날 오후 6시 20분쯤 서울 강북구 지하철 4호선 미아역 인근에 있는 마트에서 흉기로 모르는 시민 두 명을 공격한 혐의를 받는다.
공격을 받은 피해자 두 명은 모두 여성으로 사건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40대 피해자는 생명에 지장이 없지만, 또 다른 피해자인 60대 여성은 끝내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피해자들과 안면이 없는 사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범행 직전 마트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으며, 범행 동기와 관련해선 일부 횡설수설하고 있어 추가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또 범죄 전력이 있지만 동종 범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아직 1차 조사만 진행한 상태"며 "정신질환 병력 여부는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21일 관악구 봉천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 용의자인 60대 남성 B 씨는 평소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등 이상행동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화재로 용의자 B 씨가 숨졌고, 4층에서 추락한 60대 여성 1명과 80대 여성 1명이 전신에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아울러 낙상, 연기 흡입 등 경상자 4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단순 연기 흡입으로 현장 조치를 받은 인원은 7명이다.
당시 주민들은 "화재가 난 곳 인근 도로가 애들 등굣길인데 하교할 땐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 "놀라서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여기 산 지 20년이 넘었는데 이런 불은 처음"이라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이틀 연속 벌어진 강력범죄는 지난 2023년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으로 촉발된 연쇄 흉악범죄를 연상시킨다.
지난해 2023년 7월 21일 발생한 신림동 흉기 난동은 30대 남성 조선이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인근 상가 골목에서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숨지게 하고 30대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다.
이어 같은 해 8월 3일 성남시 분당 서현역에서도 흉기 난동으로 2명이 사망하는 등 총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같은 달 17일에는 관악구 신림동 공원에서 여성을 금속너클로 가격한 뒤 성폭행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연이은 흉악범죄에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고 다중밀집지역 3329곳에 하루 평균 1만 2704명의 경찰관을 투입했다. 시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가시적인 예방 활동에 나선 것으로, 장갑차와 경찰특공대까지 동원됐다.
신림역 일대에서는 민관경 합동 캠페인이 진행되거나 관악구 둘레길에는 '산악순찰대'가 한시적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이를 놓고 당시 당장의 시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 필요했다는 평가와 함께 보여주기식에 불과한 임시방편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경찰 관계자는 "아직 이번 사건들로 인한 특별치안활동 움직임은 없다"며 "경찰관을 배치하는 건 시민 불안에 대한 대증요법인데, 들이는 자원에 비해 예방 효과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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