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머릿속으로 판결문을 썼다 지우기를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오늘 선고가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남은 인생을 피고인 본인답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진성 판사는 지난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을 듣고 법원에 침입해 난동을 부린 김 모 씨(35)에게 징역 1년 6개월, 소 모 씨(28)에게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

선고에 앞서 김 판사는 "쑥스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소회를 이야기하는 게 저에게도 의미 있고 이상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판사는 "어제 딸아이와 산책하면서 아이에게 '아빠 내일 어려운 사건을 선고한다'고 얘기했다. (딸이) '이재명 사건이냐, 윤석열 사건이냐'고 물어봤다"며 "그걸 듣고 '더 어려운 사건이 있겠구나' 싶었지만, 결정과 선고의 순간에는 어떤 사건이 더 어렵고 쉬운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머릿속으로 판결문을 썼다 지웠다 수없이 반복했다. 오늘 선고를 할지 말지도 고민했다"면서 "오늘 선고가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결정과 결단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피고인에게 "이 선고가 피고인의 이전 인생과 남은 인생을 좌우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남은 인생을 피고인 본인답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같은 날 있었던 전체 사건은 대한민국 경찰과 법원 모두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면서 "직접 피해를 보신 법원, 경찰 구성원분들과 지금도 피해를 복구하고 계신 관계자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지금도 우리가 수습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대한민국이 어려운 시기인데 시민들께서 사법부뿐만 아니라 경찰, 검찰, 법원, 정치에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특수건조물침입 등 혐의를 받는 김 씨와 소 씨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이 사건은 다중의 위력을 보인 범행이고 범행 대상은 법원이다. 피고인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하나의 사건에 연관됐다"며 "당시 발생한 결과는 참혹하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영장 발부 여부를 정치적 음모로 해석, 규정하고 즉각적인 응징·보복을 이뤄야 한다는 집념과 집착이 이뤄낸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사건은 공동 범행이 아니라 단독 범행"이라며 "다중의 위력을 보였다는 부분은 범죄사실에 포함되므로 고려한다"고 밝혔다.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일부 피고인들은 '다중의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일반 공무집행방해를 주장하고 있다.

또 "진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됐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씨는 서부지법 후문을 통해 법원 내부로 들어간 후 화분 물받이를 플라스틱 문에 집어 던진 혐의를 받는다. 부서진 외벽 타일 조각을 서부지법 건물에 던져 공용 물건을 손상한 혐의도 있다.

소 씨는 법원 내부에 침입해 벽돌과 하수구 덮개 등을 법원 건물을 향해 던진 혐의를 받는다. 그는 서울경찰청 기동대 소속 순경 등 경찰관들을 몸으로 여러 차례 밀며 폭행하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의견서를 서면으로 제출하며 김 씨에게 징역 3년, 소 모 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날을 시작으로 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가담한 피고인들의 선고기일이 5월 중순 예정돼 있다. 오는 16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우현)는 MBC 기자를 폭행한 우 모 씨 등 4명의 선고기일을 연다.

이어 같은 법원 형사1단독(부장판사 박지원)과 형사6단독 김 판사도 특수건조물침입 등 혐의를 받는 이들의 선고기일을 오는 28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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