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가' 논란 속 소상공인 공약 검증 뒷전…채무탕감 미봉책되나
소상공인 '빚 탕감' 내건 李…金, '채무조정' 새출발기금 확대 공약
채무 위중함 인식 긍정 평가…"자영업자 과잉 구조 개선 필요"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과 관련한 정치권의 공방이 지속되면서 정작 여야의 소상공인 공약 검증은 뒷전으로 밀리는 모습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채무 조정'에 방점을 찍은 가운데, 두 후보의 공약이 고질적인 자영업자 부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렸다. 빚더미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을 위해 채무 조정은 필수적이란 지적과 함께 자영업 과잉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선 문제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단 목소리도 나왔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와 김 후보 모두 채무 부담을 경감시키는 데에 자영업자 공약의 초점을 맞췄다. 다만 세부적인 방법론은 조금씩 다르다. 이 후보는 '배드뱅크'를 제안하며 채무 조정부터 탕감까지 종합 방안을 적용하겠다고 했고, 김 후보는 매출액이 급감한 소상공인에게 '생계 방패 특별 융자'를 제공하고 새출발기금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이 후보는 코로나 사태 당시 정책 자금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채무 조정부터 탕감까지 지원 방안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장기 소액 연체 채권을 소각하는 부실자산 정리기관인 '배드뱅크'를 설립해 원금을 탕감하고, 운용 손실은 정부 재정으로 보전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김 후보는 매출액이 급감한 소상공인들에게 생계 방패 특별 융자를 제공하고, 채무 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새출발기금은 90일 이상 연체한 소상공인에게 최대 90%까지 원금을 조정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김 후보도 채무를 '탕감'하는 것까진 아니지만 정책 자금 확대를 통한 채무 조정 필요성엔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자영업자 채무를 경감시키겠다고 공약한 것은 빠르게 오른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때문이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 335만 8956명의 금융기관 대출 금액은 1122조 7919억 원 규모였고, 금융기관에 진 빚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이들은 15만 5060명으로 전년보다 35%(4만 204명)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위기에 빠진 자영업자들에게 채무 조정이 시의적으로 적절한 정책이란 의견과 구조조정 없이 빚 탕감만 해주는 건 미봉책에 불과하단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채무 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전문가는 정책이 실질적으로 소상공인에 도움이 되기 위해선 '신속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방법론에서 차이는 있지만 두 후보 모두 소상공인의 채무에 대한 위중함을 인식하고 있단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며 "빚 탕감이든, 새출발기금 확대든 소상공인의 어깨에 있는 짐의 무게를 해소하는 게 중요한데 오랜 시간이 걸리면 결국 의미가 없다. 신속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차 본부장은 "새출발기금의 기존 한계성은 채권을 매입하는 조정 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인데, 대상과 금액이 확대되더라도 기간이 늦어지면 공약의 의미는 퇴색될 것"이라며 "빚 탕감은 입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상·기준 값 설정 등으로 시간만 끌어버리면 아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입법 과정 등을 신속하게 마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반면 채무 조정에 우려를 나타낸 전문가들은 자영업 구조조정이 우선이란 점을 짚었다. 우리나라는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20%에 달하는 고질적인 자영업 공급 과잉 속에서 빚은 많고 벌이는 적은 취약 자영업자들이 양산되고 있단 지적이다. 자영업 구조 조정 없이 일시적인 빚 탕감만 해주는 건 응급조치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순 없단 논리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채무 조정이 지금으로선 현실적이고 시의적인 안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소상공인은 과잉 경쟁 등 구조 개선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해서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소상공인의 생존력을 키우는 게 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원활한 폐업을 통해서 임금 근로자로 재취업하게 하는 등 자영업자 구조 개선을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거 때마다 채무 조정과 빚 탕감 정책이 반복되다 보면 성실 상환 차주와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도 있다. 무분별한 빚 탕감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소상공인 대출 상환율이 떨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해서 소상공인 중에서도 사업 계획이 구체적이고, 지원했을 때 사업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분들을 선별해서 지원해야 한다"며 "성실 상환하는 분들에 대해선 다음 번 대출 원리금 상환 시 상당히 혜택을 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상환율을 높이는 쪽으로 유도하고,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분들에 대해선 페널티가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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