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하버드 충돌에 불안한 유학준비생·당황한 학원가…"상식 밖의 일"
트럼프 행정부, 하버드대 외국인 유학생 등록 권한 박탈 소식에 유학준비생 혼돈
"차곡차곡 준비해온 것 뒤집힐까 걱정" "상식 밖의 일…조치 확산 지켜봐야"
- 이기범 기자,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남해인 기자 = "차곡차곡 준비해온 것들이 뒤집힐까봐 걱정되네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2일(현지시간) 하버드대학교의 외국인 유학생 등록 권한을 박탈한다는 소식에 국내 유학 준비생들과 학원가가 뒤집어졌다.
23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미국 유학을 준비해 온 학생·학부모들은 이날 미 행정부의 결정을 놓고 불안감을 토로했고, 학원가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에 당황한 기색을 나타냈다.
미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중2 딸의 유학을 준비해 온 이 모 씨(45·여)는 "뉴스를 보고 당황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조치가 정말로 이뤄질지 상상도 못 했다"며 "상식 밖의 일 같고, 차곡차곡 준비해 온 것들이 당장 뒤집힐까 봐 걱정된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 씨는 또 "있는 유학생도 다 나가라니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이상하다"면서 "보낸 학부모들은 걱정이 더 크겠다"고 덧붙였다.
중3 아들의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인 심 모 씨(43·여)는 "정부가 자체적인 판단으로 외국인 학생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을 줬다 뺏을 수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유학을 준비하던 입장에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유학 재검토 여부를 놓고는 "다른 대학들로도 (트럼프 행정부) 조치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가 대학에 갈 때쯤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한 마음이 들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거 같다"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유학 준비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원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서울 종로구 인근의 한 유학 학원은 "저희도 지금 소식을 들어서 당황스럽다"며 "지금은 하버드대 한 곳이지만 상징성이 큰 곳이라 조치가 확산될 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의 한 유학 학원은 "아직 하버드대 한 곳뿐이고 미국 대학은 주립대 등이 많아서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면서도 "이런 일이 처음인 거 같은데 당혹스럽고, 하버드대가 일류 대학인데 이렇게 가장 먼저 조치하는 걸 보면 예고성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달 말에 설명회를 여는데 관련 내용도 대비를 해봐야 할 거 같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따르지 않는 대학과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취임한 이래 대학들이 반유대주의, 반미주의, 마르크스주의 '극좌' 이념에 지배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를 대거 취소하는 등 대학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의 중심이 됐던 컬럼비아 대학에 이어 자신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든 하버드 대학을 압박하고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교수진 채용 감사, 모든 입학 관련 데이터 제공,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 즉시 중단, 반유대주의 프로그램 개편에 대한 외부 감사 등을 요구했으나, 하버드대는 지난달 14일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따르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하버드대는 국토안보부 발표 직후 성명에서 "정부의 조치는 위법이며, 보복적 성격의 이번 조치는 하버드 공동체는 물론 미국 전체에 중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또한 하버드의 학문·연구 사명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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