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합성 니코틴, 청소년 건강 위협…"규제 법안 통과를"
청소년지킴실천연대, 제21회 대한민국청소년박람회 홍보 부스 마련
청소년들, 대선 후보·의원들에 보낼 편지에 서명…"강력한 담배법을"
- 박응진 기자
(안동=뉴스1) 박응진 기자
"정치인들이 강력한 담배법을 만들어 시행했으면 좋겠어요."(안동여자중학교 1학년 김지우 양(14))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전자담배가 단순한 일탈을 넘어 청소년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발암성·생식독성 등 유해물질이 다량 포함된 합성 니코틴을 전자담배로 흡입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어서다.
합성 니코틴 제품은 법적으로 '연초의 잎'(천연 니코틴)을 원료로 한 '담배'가 아닌 '유사담배'이기 때문에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담배는 국가가 허가한 소매점에서만 판매할 수 있지만 합성 니코틴 제품은 사업자 신고만 하면 누구나 판매할 수 있어 온라인은 물론 스쿨존, 무인판매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포장에 건강 경고 그림을 부착해야 하는 담배와 달리 합성 니코틴 제품은 경고 문구와 그림 부착 의무도 없다. 또한, 합성 니코틴 제품엔 담배세와 건강증진부담금, 교육세 등이 부과되지 않는다.
합성 니코틴 제품은 냄새와 연기가 나지 않아 계도하기도 어렵다. 청소년들의 접근 문턱이 낮은 것이다.
지난해 3월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2020년부터 증가세를 보였다. 흡연 경험이 있는 청소년 비중이 2020년에 남학생은 전체의 2.7%, 여학생은 1.1%였지만 2023년엔 각각 3.8%, 2.4%로 1.5~2배 가량 늘었다. 합성 니코틴 등을 활용한 액상형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청소년들 중 절반 이상은 결국 궐련담배 흡연까지 하게 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청소년지킴실천연대(이하 연대)가 '제21회 대한민국청소년박람회'에서 합성 니코틴 규제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 이유다. 가재울청소년센터와 맘스커리어 등 24개 회원사로 구성된 연대는 22∼24일 경북 안동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청소년박람회에 참가, 청소년 건강권 보호를 홍보하기 위한 부스를 마련했다.
23일 연대 관계자들은 금연을 통해 나를 지키자는 의미를 담은 'SMOKE OUT ME IN'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세상의 연기를 모두 빨아들이자는 취지로 '물먹는 하마'를 본따 자체 제작한 캐릭터 '하미' 굿즈를 나눠줬다.
또한, 연대는 '인생 네컷'을 본따 금연을 통해 나를 건강하게 만들자는 취지로 셀프 사진 '인생 내것'을 찍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래퍼 아웃사이더가 깜짝 방문해 청소년들과 인생 내것을 찍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합성 니코틴을 규제하기 위한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 때 소관 상임위원회의 문턱도 넘지 못한 채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낮잠만 자고 있다. 이 개정안은 합성 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청소년 단체들은 합성 니코틴 생산·유통 업체들이 소상공인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어 입법이 미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을 비롯해 국회의원들에게 보낼 편지의 서명을 받았다. 편지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청소년을 니코틴 중독의 위험에서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기반"이라며 "전자담배의 확산과 신종 니코틴 제품이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법적 공백을 해소하고 청소년들이 건강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보다 철저한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관련해 대구과학대 학생들과 청소년들은 이날 박람회 도중 합성 니코틴 규제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며 플래시몹을 선보이기도 했다.
복주초등학교 교사 이창현 씨(31)는 "담배 피우는 학생들이 많은데, 금연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이텍고등학교 1학년 박준홍 군(17)은 "몸에 안 좋은 담배는 당연히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강남초등학교 6학년 손규원 양(13)도 "주변에 담배를 피우는 친구들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러지 못하도록 정치인들이 법을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대 관계자는 "대한민국이 건강하게 지속가능하려면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며 "청소년들이 당장 자신들의 표가 되지 않는다고, 청소년 건강권을 뒷전으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세수를 늘리려는 게 목적이 아니다"라며 "국회의원들이 법안 처리에 적극 협조하고, 앞으로 당선될 대통령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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