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1) 이상철 기자 = KBO리그 최초로 통산 500홈런을 달성한 최정(38·SSG 랜더스)은 "정말 후련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최정은 1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서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6회말 2점 홈런을 터뜨려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6회말 2사 1루에서 세 번째 타격 기회를 얻은 최정은 풀카운트 끝에 NC 선발 투수 라일리의 6구째 시속 135㎞짜리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측 펜스를 넘겼다.

2005년 5월 21일 현대 유니콘스전에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때린 최정은 20년 뒤 개인 통산 2303번째 경기에서 500홈런 고지를 밟았다.

경기 후 최정은 "500번째 홈런이 빨리 터져서 후련하다. 대기록을 앞두고 압박을 받지는 않았지만, 타격감이 너무 안 좋았다. 안타에 목말랐는데, 홈런이 터져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내 홈런으로) 팀도 승리해 기쁨이 두배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정이 KBO리그 홈런의 이정표를 세운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지난해 4월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 경기에서 이승엽(467개)을 넘어 통산 468호 홈런을 터뜨린 바 있다.

두 역사적인 홈런을 쳤던 순간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최정은 "지난해 KBO리그 최다 홈런 신기록(468개)을 쳤을 때보다 오늘 500홈런 달성이 더 기분 좋다"며 "그때는 원정 경기였기 때문에 솔직히 민망했다. 500홈런은 홈팬들 앞에서 치겠다고 말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서 기쁘다"고 말했다.

최정의 500홈런은 극적으로 터졌다. 최정은 3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라일리의 슬라이더에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볼넷이라 생각한 최정은 1루로 걸어가려 했는데 3루심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알렸다. 타석으로 돌아간 최정은 라일리의 실투를 때려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는 홈런 상황에 대해 "볼넷이라도 출루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3루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이 내려졌다. 그 순간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상대 투수 공이 워낙 좋았고, 결정구를 어떻게 던질지 혼란스러웠다"고 복기했다.

이어 "넓게 보며 최대한 공을 맞히자고 마음먹었는데, 실투 하나를 운 좋게 때렸다"고 멋쩍게 웃었다.

강병식 타격코치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타격감이 안 좋아서 경기 전에 강 코치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코치님께서 포인트를 다르게 잡고 타격해 보자고 말씀하셨는데, 그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홈런 495개를 때린 최정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근육) 부상을 당해 출발이 늦었다. 한 달 넘게 재활과 회복에 집중한 끝에 지난 2일 LG 트윈스전을 통해 1군 무대에 돌아왔다.

뒤늦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홈런 페이스는 좋았다. 그는 시즌 10경기에서 홈런 5개를 몰아쳤다.

최정은 "내가 생각해도 500홈런이 빨리 터졌다"며 "기록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부상으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몸 관리에 신경 쓰면서 뛰지 못했던 경기를 만회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홈런이 잘 터졌지만 팀에 큰 도움이 안 됐다. 병살타를 많이 때리는 등 과정이 매우 안 좋았다"며 "그래도 오늘은 귀중한 동점 홈런이 터지고 승리에 도움을 준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500홈런을 친 순간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은 가족이었다. 공교롭게 이날 야구장에는 최정을 누구보다 열렬히 응원하는 가족이 오지 않았다.

최정은 "오늘 가족이 경기장에 못 왔다. '안 왔을 때 홈런 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다. 그래서 더더욱 가족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최정의 홈런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그의 눈은 이제 600홈런을 향한다.

지난해 시즌 종료 후 세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한 최정은 SSG와 4년 총액 110억 원 계약을 맺었다. 2028년까지 SSG 유니폼을 입는 최정이 지금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면 600홈런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최정은 "600홈런도 달성해 보고 싶다"며 "다만 큰 부상을 당하면 쉽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하며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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