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 MVP' LG 허일영 "난 상복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7차전서 팀 내 최다 득점 활약…"이기는 것에만 집중했다"
친정팀 SK에 비수…"아쉽게 떠났지만 실력으로 증명하자고 생각"
- 서장원 기자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데뷔 첫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가 된 베테랑 허일영(40·창원 LG)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난 상복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냥 경기에서 내 역할만 잘하자고 생각했는데, 그게 약이 된 건지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웃었다.
허일영은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2024-25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3점슛 4개 포함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4점을 넣으며 LG의 62-58 승리를 이끌었다.
허일영은 MVP 투표에서 총 80표 중 32표를 얻어 팀 동료 칼 타마요(23표)와 아셈 마레이(22표)를 따돌리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허일영은 "매번 조연이었는데 이런 큰 상은 처음 받아본다. 나는 상과 관계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욕심내지 않고 그저 경기를 이기는 데만 집중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출전 시간이나 활약 여부와 관계없이 허일영은 코트 안팎에서 선수단의 버팀목 역할을 잘 해냈다. LG가 3연승 뒤 3연패에 빠졌을 때도 젊은 선수들을 독려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만들었다.
조상현 LG 감독도 "선수 시절에도 같이 뛴 선수고 내 마음을 잘 아는 선수라 많은 힘이 됐다. 졌을 때도 팀을 하나로 모아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허일영은 "동생들이 나 때문에 우승했다고 말해주더라. 나는 주축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보상을 바라고 뛰지 않는데 이런 큰 상을 받았다. 올해 우승은 농구 인생에서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웃었다.
지난 시즌까지 SK에서 뛰었던 허일영은 시즌 종료 후 노장 선수들을 정리하는 팀 기조에 떠밀리듯 팀을 나와야 했다. 그리고 LG로 이적해 친정팀에 비수를 꽂으며 우승 멤버로 우뚝 섰다.
이에 대해 허일영은 "시즌 끝나고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나갔다. 나는 솔직히 감독님, 코치님 다 좋았기 때문에 SK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얘기를 들어서 많이 심란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같이 한 시절이 있었기에 많이 아쉬웠지만, 비즈니스인 걸 알기에 내 실력으로 증명하자고 생각했다. LG에 와서도 감독님과 역할을 놓고 이견이 있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모든 걸 접어두고 경기에만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임했고, 최상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7차전에서 보여줬듯, 허일영은 아직 자신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믿는다.
그는 "다음 시즌에 어떻게 될지 모르고, 뛸 수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고 있다. 그래도 1, 2년 정도는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MVP 상금으로 1000만 원을 받은 허일영은 상금을 어디에 쓸 것이냐는 질문에 "선수들, 그리고 가족들과 맛있는 걸 먹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superpower@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