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시게 하지 말라"는 북한…코리아로 하나였던 남북 탁구가 어쩌다
한국 선수단·취재진 경계…믹스트존 인터뷰 요청도 거절
파리올림픽 시상대 셀피 여파·이번 대회 저조한 성적 영향 시각도
- 안영준 기자
(도하(카타르)=뉴스1) 안영준 기자 = "성가시게 하지 말라."
한국 취재진 인터뷰 요청에 북한 탁구 대표팀 관계자의 날카로우면서도 매몰찬 답변이 돌아왔다.
2025 세계탁구선수권이 열리고 있는 카타르 도하 현지에서는 대회 참가 중인 북한 선수단과 한국 선수단 및 취재진과의 신경전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북한은 취재진과 선수가 만날 수 있는 믹스트존에서조차 성가시게 하지 말라며 인터뷰를 외면하기 일쑤다. 그 외에 경기장 안팎에서 마주칠 때도 한국을 잔뜩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국과 북한의 사이가 늘 차가웠던 건 아니다. 특히 탁구에선 더욱 아니다.
남북 탁구는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에서 '코리아' 단일팀을 구성해 복식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는 남북 화합의 상징으로 지금까지 회자된다.
하지만 최근은 기류가 바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했을 당시 북한 탁구는 '자국 선수 보호'를 명목으로 국제대회에서 자취를 감췄고, 약 3년의 공백 뒤 2023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지난해 파리 올림픽을 통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돌아온 북한은 이전과는 달랐다. 파리 올림픽에서도 북한 탁구 대표팀은 한국과의 접촉을 최소화했다. 믹스트존 인터뷰는 무시했고, 조직위원회가 개최하는 대회 공식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야 겨우 북한 선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같은 기류는 올해 세계선수권이 열리고 있는 도하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북한 선수단 및 관계자는 관중석에서 북한의 경기를 응원하고, 영상을 찍으며 분석하는 등 다른 대표팀 선수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지만 한국과 마주할 일이 생기면 표정이 굳거나 자리를 피했다.
남북 탁구가 과거처럼 다시 화기애애한 사이가 될 수는 없는 걸까.
1991년 '코리아' 팀에서 북한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던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수석부회장은 "정세가 안 좋다보니 아마도 지시를 받은 게 있을 것이다. 좋을 때는 우리가 북한으로 가기도 했다. 지금은 아무래도 관계가 어렵다"면서 "지난 파리 올림픽 혼합 복식에서 임종훈-신유빈 조와 리정식-김금영 조가 시상대에서 함께 셀피를 찍지 않았나. 모르긴 해도 그 일로 주의를 받았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이번 대회 북한의 저조한 성적도 북한 선수단 표정을 어둡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북한은 메달을 목표로 나섰던 리정식-김금영 조가 16강에서 탈락하는 등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현정화 수석부회장은 "아무래도 성적이 좋지 않으니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아는 북한 관계자가 있는데, 나 역시 멀리서 가볍게 목례 한 번만 했다"고 말했다.
주세혁 대한항공 감독도 "남자부에선 우리 선수들과 주니어대표 시절 맞붙었던 북한 선수들이 일부 있다. 과거엔 가벼운 인사는 했지만, 현재는 교류가 끊겼다"며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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