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박성현 향한 다니엘 강 격려…"끈질기게, 팬들 믿고 파이팅"
세계 1위 찍었던 박성현, 부진 계속…"잘 쳤을 때와 같은 게 없어"
다니엘 강 "장애물 넘고 힘차게 돌아오길"…박성현 "감동 받았다"
- 권혁준 기자
(고양=뉴스1) 권혁준 기자 = 한때 세계 정상에 섰던 박성현(32)이 긴 터널 같은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다. 우승은커녕 '톱10'에 드는 것도 버거울 정도로 힘든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박성현을 향해 동료 다니엘 강(미국·33)이 공식 석상에서 격려의 말을 건냈다. 그는 "끈질기게 나아가면 될 것 같다. 누구보다 많은 팬들을 믿고 파이팅하라"며 용기를 불어넣었다.
박성현은 8일 경기 고양시 뉴코리아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LET) 아람코 코리아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김효주(30), 다니엘 강도 함께 했다.
박성현은 국내 무대를 정복한 뒤 201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로 넘어가 데뷔 시즌 신인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동시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7승을 기록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2020년부터 급격한 슬럼프에 빠졌다. 부상으로 고전했고 좀처럼 샷감이 돌아오지 못했다. 샷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컷 탈락하는 일이 잦아졌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한 번도 '톱10'이 없었고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1년을 통째로 쉬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올 시즌도 성적은 좋지 않다. 현재까지 출전한 5개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했다.
부진한 선수가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건 그 자체로도 고역이다. 난감한 질문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어김없이 "부진한 이유"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박성현은 덤덤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는 "잘 쳤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똑같은 게 하나도 없다"면서 "어쨌든 스윙이 변하더라도 좋은 스코어를 내야 하는데, 경기력이 많이 떨어진 걸 스스로 느낀다. 매 경기 집중해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국내 복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열정적인 응원으로 유명한 박성현의 팬클럽 '남달라'의 응원을 받으면 심적으로라도 편해지지 않겠느냐는 견해다.
그러나 박성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일단은 내가 뛰는 무대에 집중한다는 생각"이라면서 "무엇보다 KLPGA투어 시드가 없다. 돌아오려면 시드전을 치러야 하는데, 어릴 때부터 시드전을 싫어했다. 지금으로서는 계획 없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박성현에 대한 질문을 듣고 있던 다니엘 강이 입을 뗐다.
그는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의 기량에 대한 질문을 들으면 마음이 안 좋다"면서 "나 역시 지금 못 치고 있는데, (박)성현이가 올해 다시 경기에 나오는 것이 나에겐 희망이 됐다"고 했다.
그는 "골프 코스나 연습을 떠나서, 설명 못할 장애물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 장애물을 넘고 이겨낸다면 박성현은 더 힘차게 돌아올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박성현을 향한 팬들의 열렬한 응원도 잘 알고 있었다.
다니엘 강은 "국내 대회에서 박성현과 함께 경기한 적이 있는데, 팬들이 나도 힘차게 응원해 주셨다"면서 "그 덕에 그 대회에서 컷을 통과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파를 잡거나 보기를 잡아도 박수를 주는 팬들이 있다. (박)성현이도 그 팬들을 믿고, 끈질기게 나아가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진심 어린 격려를 들은 박성현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언니한테 감동 받았다. 너무 고맙다"면서 "나 역시 팬들의 사랑을 잊지 않고 있다. 한국에 올 때마다 많은 기운을 받는다. 이번 주에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starburyny@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