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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중견수' 김혜성, MLB 생존 위해 유틸리티 경쟁력 키워라

중견수 세 차례 선발 출전, 타구 판단 미스로 흔들
'부상 복귀' 에드먼과 공존 위해 외야수로도 뛸 수 있어야

LA 다저스 김혜성은 중견수로 세 차례 선발 출전했는데 안정감 있는 수비를 펼치지 못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김혜성(26·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MLB) 데뷔 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내야수보다 경험이 적은 중견수로 나섰다가 큰 실수를 범했고, 이는 곧 팀의 4연패로 이어졌다.

그동안 너무 잘해왔기 때문에 겨우 한 경기에서 못한 걸 지적하는 건 지나치다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유틸리티로서 능력을 보여줘야 할 김혜성이 중견수로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건 빅리그에서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것이어서 결코 간단치가 않다.

김혜성은 지난 2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 홈 경기에서 9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침묵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타격감이 한풀 꺾였지만, 이날 김혜성에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수비였다.

김혜성은 1회초 1사 1, 2루에서 에우헤니오 수아레스의 평범한 타구를 놓쳤다. 경기가 현지시간으로 오후 7시 10분에 시작했는데, 석양의 영향 때문인지 낙구 지점을 파악하지 못했다.

공식 기록은 수아레스의 2루타였지만, 김혜성의 실책이나 다름없었다. 이 아쉬운 수비는 선제 결승 실점으로 이어졌고, 다저스 마운드도 흔들려 3회까지 0-7로 끌려가며 경기를 그르쳤다.

김혜성은 외야수 경험이 많지 않다. ⓒ AFP=뉴스1

다저스는 시즌 최다 4연패 수렁에 빠졌고, 이에 치명적 미스 플레이를 한 김혜성은 집중포화를 맞아야 했다.

김혜성이 외야 수비를 맡아 이런 실책을 범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혜성은 지난 4일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뒤 중견수로 세 차례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는데, 11일 애리조나전에서도 8회말 타구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공을 놓친 적이 있다.

KBO리그에서 네 차례 골든글러브를 받은 김혜성은 2루수와 유격수로 뛰어난 수비 실력을 갖췄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 외야수 김혜성의 가치는 특별하지 않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내야수로 활약해왔고, KBO리그에서도 외야수로 뛴 경기가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야수 김혜성과 외야수 김혜성의 경쟁력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김혜성이 주전 2루수로 자리 잡는 것이 최상이지만, 그가 '스타 군단' 다저스에서 빅리거로 입지를 다지려면 유틸리티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김혜성의 직접적인 포지션 경쟁자인 토미 현수 에드먼도 2루수와 중견수를 모두 맡을 수 있지만, 오른쪽 발목 부상 여파로 관리가 필요하다.

더그아웃에 있는 김혜성(가운데). ⓒ 로이터=뉴스1

발목 부상에서 회복돼 돌아온 에드먼은 19일 LA 에인절스전에 중견수, 20일 애리조나전에 2루수로 나섰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20일 경기에서 에드먼을 2루수, 김혜성을 중견수로 기용한 부분에 대해 "에드먼이 19일 경기에서 중견수로 뛰었기 때문에 그의 발목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 (외야수를 맡게 되면) 전력 질주를 해야 하는데 자칫 다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김혜성이 에드먼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외야수로도 뛸 수 있어야 한다. 꾸준한 출전 기회를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이는 불가피하다. 경기 중 내야에서 외야로 수비 포지션을 바꿀 때도 있고, 대주자로 투입됐다가 중견수를 맡아야 할 수도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외야수 김혜성이 눈 밖에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의 애리조나전 1회 수비 상황에 대해 "햇빛 때문인지 타구를 완전히 놓쳤다"며 "(김혜성에겐) 불운이었다"고 두둔했다. 상황에 따라 김혜성을 외야수로 기용할 여지를 뒀다.

아직은 외야수 김혜성에 대한 물음표가 달려있다. 일각에서는 주 포지션이 내야수인 김혜성에 대한 중견수 실험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을 둘러싼 불안한 시선을 잠재워야 하는 건 김혜성의 몫이다.

rok1954@dqdt.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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