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볼 것 다해 봤는데 우승 트로피가 없다"…마지막 퍼즐 찾는 손흥민
2015년 입단 후 10년, EPL 득점왕 등 톱클래스 활약
22일 맨유와의 유로파 결승이 마지막 희망
-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가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의 공격수 손흥민을 영입했다. 계약기간은 5년"이라고 발표한 것이 2015년 8월이었다. 구단이 계약 금액을 밝히진 않았으나 영국과 독일 현지에서는 손흥민의 이적료를 3000만 유로로 추정했다.
지금 계산으로는 약 470억원, 당시 환율로도 400억원이 넘는 거액이었다. 일본 축구의 전설 나타카 히데토시가 2001년 AS로마에서 파르마로 이적할 때의 2600만 유로를 뛰어 넘는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였다. 유럽 문화로는 이해 힘든, 군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20대 초반 선수에게 거액을 안겼다는 것은 그만큼 기대가 컸다는 방증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2025년 여름이 다가오는 시점. 결과적으로 그때 토트넘의 선택은 옳았다. 손흥민은 구단의 바람대로 잘 성장했고 팀의 에이스를 넘어 자타공인 EPL 톱클래스 선수로 '축구종가'를 누볐다. 아시아 선수가 EPL 득점왕까지 차지했으니 말 다했다.
개인적인 성적은 찬사가 아깝지 않다. 그래도 '무관'은 눈에 밟힌다. 단체 스포츠 축구가 개인만 잘한다고 우승할 수 있는 게 아니라지만, 손흥민급 선수가 트로피 없이 커리어를 마무리하는 건 지켜보는 이도 아쉽다.
그래서 '절실한 한판'을 대하는 손흥민의 마음가짐은 그 누구보다 특별하다. 자신도 안다. 앞으로 이런 기회는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토트넘은 22일 오전 4시(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바리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2024-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을 치른다. 손흥민과 동료들은 이미 빌바오에서 간절한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한 달여 부상에서 돌아온 손흥민이 뛸 수 있는 상태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앞서 EPL에서 2경기를 소화했다. 그러나 좋을 때와 다른 것도 부인하기 힘들다. UEFA를 비롯, 적잖은 현지 매체들이 손흥민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이유는 '베스트 컨디션'이 아닌 까닭이다.
그래도 출전은 기정사실이다. 감독의 선택에 따라 활용법이 결정되겠으나 필드를 밟는 시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은 자명하다. 어떻게든 '퍼즐'을 손에 넣어야한다.
손흥민은 EPL 10년 동안 많을 것을 일궜다. 가장 특별했던 이정표는 2020-21시즌 EPL 골든 부트(득점왕)다. 당시 손흥민은 23골을 기록,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와 함께 공동 득점왕을 차지했다. 아시아 선수가 EPL 최다득점자에 오른 것은 그때 손흥민이 유일하다.
FA컵에서도 경험했다. 그는 토트넘이 4강까지 진출했던 2016-17시즌 FA컵에서 6골을 터뜨려 아담 모르간(당시 애슈턴 커존)과 함께 공동 득점왕이 됐다. 전 세계에서 공을 가장 잘 찬다는 선수들이 모이는 곳에서 대한민국 축구선수가 '최다골'을 기록했다는 것은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일이다.
2020년 12월, 축구 기사를 도배했던 '번리전 70m 원더골'로 FIFA가 수여하는 푸스카스상(그해 가장 멋진 골)을 받은 것도 빼놓을 수 없다. 2020-21시즌에는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선정하는 올해의 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동료들이 인정한 선수라 특별한 가치를 지니는데, 해당 시즌 손흥민은 해리 케인, 살라와 함께 시즌 최고의 공격수로 뽑혔다.
토트넘 구단 자체 기록이나 대한민국 대표팀에서의 발자취 등은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지경이다. 그야말로 남부럽지 않은 축구인생을 살았는데, 우승컵이 없다.
기회는 있었다. 2018-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와 2020-21시즌 리그컵에서 결승 무대를 밟았지만 각각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를 넘지 못했다. 앞서 독일 함부르크와 레버쿠젠 시절까지, 정상과는 좀처럼 연을 맺지 못했다. 그래서 유로파 결승이 더더욱 간절하다.
손흥민은 최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경기는 다 특별하지만 맨유와의 UEL 결승전은 더 그렇다.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 동안 다른 조각들은 다 모았지만, 가장 중요한 마지막 퍼즐 조각 하나는 아직 손에 없다. 이번에는 그것을 반드시 찾을 것"이라고 다부진 각오를 피력했다.
1992년생. 부인할 수 없이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고 냉정하게 말해 토트넘은 어떤 대회든 우승 후보는 아니다. 앞으로 토트넘에서 더 뛸 수 있을 것인지도 장담할 수 없다. 자신도 직감하듯, 이번이 우승컵을 들어올릴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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