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의 기다림과 눈물…간절했던 손흥민, 마지막 퍼즐 맞췄다
토트넘, 맨유 꺾고 유로파리그 정상…17년 한풀이
프로 커리어 우승 없던 손흥민, 드디어 무관 탈출
-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프로 데뷔 후 첫 우승까지 15년이나 걸렸다. 개인 능력으로는 자타공인 세계 톱클래스라 평가받는 손흥민이지만 트로피는 동료들과 함께 힘을 합쳐야하는 까닭이다.
운이 따르면 입단과 동시에도 경험할 수 있는 정상이지만, 연이 닿지 않으면 은퇴할 때까지 밟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어쩌면 손흥민이 '안타까운 예'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탈출했다.
토트넘은 2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2024-25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1-0으로 승리,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토트넘은 17년 만에 한을 풀었다. 유럽대항전으로 범위를 넓히면 1984년 UEFA컵(유로파리그 전신) 우승 이후 무려 41년 만의 쾌거다. 팀의 주장이자 에이스 손흥민의 감격은 더하다. 프로 커리어 첫 우승이다.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프로에 데뷔한 손흥민은 레버쿠젠을 거쳐 2015년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는데, 이번 우승 전까지는 어떤 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우승에 근접했던 일들이 꽤 있었는데,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정규리그에서는 2016-17시즌 2위가 가장 좋은 기록이다. 당시 토트넘은 26승8무4패(승점 86)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아주 의미 있는 이정표였지만 선두 첼시(승점 93)와의 격차가 제법 있었다. 더 큰 아쉬움은 결승까지 올라갔다가 무산된 토너먼트 대회다.
손흥민은 2018-2019시즌 최고 권위 대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으나 리버풀에 0-2로 패해 '빅 이어'를 들지 못했다, 2020-2021시즌에는 잉글랜드 리그컵(카라바오컵) 최종 무대를 밟았으나 맨체스터 시티에 0-1로 석패, 또 쓴잔을 마셨다.
1992년생. 냉정하게 말해 정점에서 내려오는 상황에서 맞이한 유로파리그 결승전은 사실상 손흥민에게 마지막으로 찾아온 '무관 탈출' 기회였다.
토트넘의 2024-2025 시즌 EPL 순위는 강등 직전인 17위였다. 올 시즌이 꼬이고 꼬인 '최악'이기는 했으나, 냉정하게 말할 때 정상 정복을 외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토트넘이다. 손흥민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결승전을 앞두고 가디언과 가진 인터뷰에서 "모든 경기는 다 특별하지만 맨유와의 UEL 결승전은 더 그렇다.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 동안 다른 조각들은 다 모았지만, 가장 중요한 마지막 퍼즐 조각 하나는 아직 손에 없다. 이번에는 그것을 반드시 찾을 것"이라고 다부진 각오를 피력했다.
결국 그 마지막 퍼즐을 끼워맞추면서 15년 기다렸던 간절한 꿈 '우승'을 현실로 만들었다.
2020-21시즌 아시아선수 최초로 EPL 골든 부트(득점왕)를 수상했고, 2020년에는 '번리전 70m 원더골'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하는 푸스카스상도 받았으며, 2020-21시즌에는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선정하는 올해의 팀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개인적으로는 남부럽지 않던 손흥민이 드디어 한을 풀었다.
드디어 퍼즐을 완성했다. 손흥민만큼 성공한 축구 인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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