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축구는 골을 넣어야 승리할 수 있는 스포츠다. 판정승은 없다. 아무리 경기 내용이 좋아도 골이 없으면 0-0 무승부가 최상의 결과다. 시종일관 잘하다가 실수나 어이없는 장면에서 실점하면 허무하게 패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지는 팀도 승리할 수 있는 종목이 축구이기도 하다. 열세를 인정, 일단 수비를 단단히 하다 역습을 도모하는 것은 예부터 지금까지, 유럽과 남미와 아시아를 막론하고 펼쳐지는 축구의 당연한 전술이다.

경기를 주도하는 팀도, 내내 웅크리고 있다가 한방을 꾀하는 팀도 '해결사'의 존재는 아주 중요하다. 아무리 두드려도 결국은 매듭을 지어야 승리할 수 있고, 꾸역꾸역 버티던 팀도 결정타를 날릴 수 있으면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다.

현재 국내 프로축구 1, 2부 선두를 달리고 있는 대전하나시티즌과 인천유나이티드에는 다른 팀들이 부러워할 '해결사'가 있다. 울산HD를 떠나 '황새' 황선홍 감독의 품에 안긴 주민규(35)와 팀이 2부로 강등됐음에도 이적하지 않고 잔류한 의리남 무고사(33)가 그 주인공이다.

주민규는 2025 K리그1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선수다. 일단 팀 성적이 좋다. 대전은 현재 7승2무2패 승점 23점으로 단독 선두에 올라 있다.

2023년 1부로 돌아온 대전은 지난 2시즌을 모두 8위에 머물렀다. 그나마 지난해는 강등 직전까지 추락했다가 황선홍 감독이 소방수로 등장한 뒤 나름 회복한 순위다. 이전에는 2부에 머물렀던 팀이다. 요컨대 '생존'이 급급했던 팀이 단숨에 순위표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데에는 주민규의 공이 꽤 크다.

포항과의 개막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출발한 주민규는 10경기에서 8골을 터뜨리며 K리그1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골 없이 마친 경기가 4번뿐일 정도로 꾸준하게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고 전체슈팅 16개, 유효슈팅 12개 등 슈팅이 많지 않았음에도 8골이나 넣었으니 확실히 결정력이 좋다.

스트라이커를 잘 아는 지도자 황선홍 감독 품에 안기며 안정감을 찾았다는 평가다. 물론 개인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황 감독은 "확실한 목표와 간절함이 느껴진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훈련하고 경기에 임한다"면서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겠는가. 그만큼 노력을 하고 있으니 좋은 성적이 가능한 것"이라고 박수를 보냈다.

인천유나이티드의 K리그2 선두 비상을 이끄는 '내국인 같은 외국인' 무고사도 믿고 맡기는 해결사다. 8골로 K리그2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주민규보다 2경기 적은 9경기에서 작성한 것이니 더 대단하다. 거의 경기당 1골인 셈이다.

인천의 유니폼 색깔 '파랑-검정'과 연결해 '파검의 피니셔'라 불리는 무고사는 2018년 인천 유니폼을 입고 지금껏 인천에서만 활약하고 있는 K리그 대표 장수 외인이다. 2022년 여름 J리그 비셀 고베로 떠났던 그는 1년 만에 다시 인천으로 돌아와 이미 특별한 사랑을 보여줬고 강등됐음에도 잔류를 결정, 또 한 번 '의리남'의 면모를 보여줬다.

무고사는 2024 K리그1 득점왕이다. 팀은 꼴찌였으나 그는 최고의 킬러였다. 인천이 2부로 강등되면서 다른 팀들의 러브콜이 쏟아졌으나 무고사는 남았다. 인천 팬들 사이에서도 "떠날 줄 알았는데 남아 더욱 특별한 감정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있다.

무고사가 선봉에 선 인천은 7승1무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K리그2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많은 팀들이 '강등 후 곧바로 승격'을 외치다 번번이 실패했는데, 일단 인천은 출발이 좋다. 만약 끝까지 지금 순위를 지킬 수 있다면, 무고사의 지분이 상당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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