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털고 자신감 장착"…대전·전북, 올해 확 달라진 반전 매력
선두 대전-2위 전북, 6일 '극장골' 주고받으며 1-1
전북 지난해 강등 직전 10위, 대전은 8위에서 반전
-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지난해 처음 팀에 왔을 때는 정말 갑갑했다. 부상자들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크게 떨어져 있는 것이 문제였다. 그때와 지금은 천지차이다. 선수들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넘치고, 잘 해보겠다는 의욕이 강하다."(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스포츠에서 '분위기' '흐름'이라 표현하는 영역은 비중이 꽤 크다. 다른 분야도 영향이 있겠으나 상대와 겨뤄 승패를 가려야하는 스포츠는 소위 '기세'가 영향을 많이 미친다. 그래서 떨어진 '기운'을 어떻게 끌어올리는가, 달궈진 '분위기'를 어떻게 유지하는가는 성패의 중요한 열쇠다.
2025 K리그1은 지난해와 비교해 분위기가 확 달라진 두 팀이 선도하고 있다. 다크호스를 넘어 우승 후보로 발돋움한 대전하나시티즌, 서서히 예전의 강력함을 되찾고 있는 전북현대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 리그 1위와 2위를 달리고 있는 대전과 전북이 연휴의 마지막 날이던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근래 패배와는 거리가 있는 두 팀답게 치열한 경기가 펼쳐졌고, 경기 막판 '극장골'을 서로 주고받으며 1-1로 비겼다.
좀처럼 0의 균형이 깨지지 않던 두 팀의 대결은 후반 43분, 전북의 새로운 해결사 전진우의 극적인 골이 터지면서 홈팀의 환호로 끝나는 듯싶었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2분이 지날 때 대전의 김인균이 더더욱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내면서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대전은 8승3무2패 승점 27로 선두를 유지했고 전북은 6승4무2패 승점 22로 2위를 지켰다. 전북이 대전보다 1경기 덜 치른 상황에서 5점 차이다.
지난 3월 초 순위표 꼭대기에 오른 대전은 최근 5경기 무패(3승2무) 상승세 속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전북은 더 놀랍다. 8경기에서 5승3무, 3월까지 10위에 그치던 팀이 지금은 2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두 팀 모두 반전이다.
앞서 황선홍 감독의 말처럼, 대전은 지난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시즌 개막 후 6월까지 3승5무8패로 강등권에 위치해있던 대전은 황선홍 감독 부임 후 어렵사리 흐름을 바꿨고 결국 최종 8위로 잔류에 성공했다. 매 경기가 벼랑 끝 승부였던 파이널B 5경기에서 4승1무, 무패를 질주한 것이 컸다.
패배 의식을 떨쳐버린 대전은 올 시즌 시작부터 달랐고, 개막 후 5경기에서 4승1패로 치고 나가더니 지금껏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6일 전북전처럼 카운터펀치를 맞았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과를 바꾸는 힘이 생겼다는 평가가 많다. 황 감독은 "아직 갈길이 멀다"면서도 "그래도 자신감은 확실히 생긴 것 같다"며 대전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전북의 부활도 주목할 부분이다. 사실 2부리그를 전전하던 대전과 달리 전북은 원래 '강팀'이미지가 강하다. 2017년부터 2021시즌까지 K리그 5연패 대업을 달성한 것을 포함, 정규리그 9회(최다) 우승에 빛나는 전북이다. 그런데 지난 두 시즌 초라하게 추락했다.
2023년 최종 순위가 4위로 끝났을 때만해도 체면 구겼다 싶었는데 지난 시즌 아예 강등권 직전인 10위로 망신을 당했다. 그 사이 감독도 많이 교체됐고,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던 선수단은 스스로 위축됐다. 구단 내부에서 "과거에는 실점해도 질 것 같단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이젠 이기고 있어도 불안하다" 푸념이 나왔을 정도다.
그랬던 전북이 EPL 출신의 거스 포옛 감독과 함께 날갯짓을 시작했다. 올 시즌도 출발은 불안했으나 일단 이기는 경기를 늘려가면서 분위기를 바꿨고, 자신들을 믿지 못하던 불안함을 떨쳐내자 다시 상대에게 두려움을 주고 있다.
포옛 감독을 보조하는 정조국 코치는 "확실히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선수들이 감독님의 방향을 믿고 따라가면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다"면서 "기본적으로 능력 좋은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로 뭉쳐 있다. 전북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라고 변화된 내부 공기를 전했다.
두려움을 벗어던지고 자신감을 장착한 대전과 전북이 지난해 순위표를 뒤집어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근래 대전과 전북은 지는 법을 잘 모르는 수준이다. 시즌 개막 전 우승후보로 꼽은 울산과 서울이 부진한 것과 맞물려, 두 팀의 상승세는 좀 더 유지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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