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FC안양 구단주가 소환한 심판 오심 논란
최대호 안양 구단주 "심판들, 기업 구단 눈치 본다" 직격탄
기업구단·시민구단 갈라치기…'승부 조작' 오해 불러
- 김도용 기자
(안양=뉴스1) 김도용 기자 = "기업 구단 눈치 보는 K리그 문화 바로 잡아야 한다."
최대호 안양시장이자 FC안양 구단주가 작심하고 내지른 발언이 논란을 키웠다. K리그를 위해 마이크 앞에 섰다고 하지만 최 구단주의 지적은 본인의 의도와 달리 다른 구단과 팬, 축구 팬들에게 상처를 남겼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최대호 구단주는 20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심판들의 오심에 대해 지적하며 심판 자질 부족, 심판 관리 미흡, 심판위원회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최근 몇 시즌 동안 꾸준히 지적됐던 문제였기에 최대호 구단주의 기자회견에서 나온 관련 발언은 축구 팬들은 물론 다른 구단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안양이 오심 판정에 피해를 봤다는 증거 영상을 상영한 이후 발생했다.
최대호 구단주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과정에서 "K리그에 기업 구단이 몇 개 안 되는데, 기업 구단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기업 구단 눈치 보는 문화를 바로 잡아야 한다. 시도민 구단은 세금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구단은 막대한 자본을 통해 좋은 선수들을 '몰방'한다. 잘 나가는 구단은 (시민구단과) 선수 연봉에서부터 3배 차이가 난다. 시민구단 선수들이 헌신하고 고군분투하는데, 현실은 쉽지 않다. 룰은 공정하게 적용해야 한다. 시민 구단들 불만이 있을 것"이라며 "시민 구단과 기업 구단 간 공정한 룰이 적용되어야 한다"며 안양을 비롯한 시민 구단이 판정 피해를 본다고 강조했다.
오심 논란이 어쩌다 기업 구단 눈치 보는 문화로 전이됐는지 모르겠다. 최소한의 정황 증거도 없이 불쑥 심판들이 기업 구단을 봐주기 위해 오심을 남발하고 있다고 하니 듣기 거북하고 불편할 뿐이다.
곧바로 K리그의 한 구단주가 기업 구단과 시민 구단을 갈라치기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자칫 잘못하면 지난 2011년 K리그를 흔들었던 '승부 조작'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발언이다.
안양 구단도 구단주의 발언에 따른 논란을 예감했다. 기자회견 도중 최 구단주가 '편 가르기' 발언을 하자 온라인 라이브 방송을 중단시키는 등 빠르게 대처했다. 기자회견이 모두 끝난 뒤에도 '편 가르기' 발언에 대해 걱정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최대호 구단주 발언은 마치 심판이 기업 구단에 유리한 판정을 한다는 뉘앙스다. 이는 승부 조작을 의심할 수도 있는 수위"라면서 "2011년 한국 축구가 승부 조작 때문에 큰 내홍을 겪었는데, 이번 발언은 분명 잘못됐다. 같은 축구계 종사자로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K리그의 한 구단 관계자는 "현재 모든 구단이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갖고 있지만 인내하면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심판 판정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문제를 제기했다면 다른 구단들도 뜻을 같이 모았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 구단과 시민 구단을 편 가르기 하면서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대호 구단주의 안양 축구단에 대한 사랑은 유명하다. 지난해 안양이 승격했을 때 머리를 보라색으로 염색하고, 꾸준히 홈 경기를 직접 관전하면서 구단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다른 팀 팬들도 최대호 구단주의 애정을 부러워할 정도였다.
하지만 팀에 대한 사랑이 너무 넘쳤던 최 구단주의 '갈라치기' 발언은 큰 실망감을 안겼다. 더구나 최대호 구단주는 공인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그 말이 가져올 파장을 고려해 입 밖으로 발설해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이런 민감한 문제를 기자들을 불러 공개적으로 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안 하느니 못한 기자회견으로 제대로 헛발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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