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맛본 370년 씨간장"…英매체, 기순도 명인 집중조명
가디언 "10대째 전통 장 제조…한국 음식문화 근간 지킴이"
'한국 장 담그기' 작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맛본 370년 전통의 씨간장을 담그는 한국의 기순도 명인(75)을 영국 주요 일간 가디언이 집중 조명했다.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시간 없이는 맛도 없다: 한국 명장의 완벽한 간장의 비법'이라는 기사에서 "기순도 명인의 간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식탁에 올랐고 유네스코(UNESCO·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며 "370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영예"라고 찬사했다.
기사를 작성한 라파엘 라시드 기자는 전남 담양군에서 기 명인을 만나 그의 삶과 대대손손 내려오는 장맛의 비법을 들어봤다. 기 명인의 장고에는 간장을 품은 항아리 1200개가 숨 쉬고 있다.
매체는 "기 명인의 영역인 이곳에서 인내는 단순한 미덕을 넘어 간장 제조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 명인이 항아리에서 꺼내 맛보여 준 간장은 "서양 슈퍼에서 간장이라고 적힌 제품의 맛과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기 명인은 "한국 전통 간장에는 콩, 물, 소금 세 가지와 정성,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없으면 맛도 없다"며 "현대 사회에선 모두가 바쁘게 살아가지만 어떤 것들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매체는 '장과 된장은 한국인의 뿌리', '장이 없다면 한국 음식이라고 할 수 없다'는 기 명인의 말을 인용해 장은 단순한 양념이 아니라 한국 음식을 정의하는 근본적인 맛이라고 설명했다.
유네스코는 작년 12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세계문화유산으로 공식 등재했다. 가디언은 "기 명인이 10대째 장 제조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며 "가정의 의무로 시작한 일은 이제 한국 음식 문화의 근간을 지키는 사명으로 변모했다"고 했다.
기 명인의 씨 간장은 트럼프 대통령도 맛봤다. 2017년 그의 첫 임기 방한 당시 국빈 만찬에 기 명인의 씨간장으로 양념한 소갈비가 올랐다. 당시 언론은 '미국 역사보다 오래된' 양념이라고 극찬했다.
가디언은 "그의 작품을 넘어 기 명인 자체가 편리함이 만연한 시대에 문화적 지식을 보존하기 위한 더 큰 노력의 일부"라며 기 명인이 발효학교 설립 등으로 더 많은 사람과 유산을 공유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기 명인은 오후 햇살이 드리운 장 항아리를 바라보며 "단지 장에 관한 게 아니다"라면서 "이 전통을 계승하는 게 나의 운명이었고 이를 지켜나가는 게 나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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