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국경에 완충지대 조성"…우크라 "우리 땅 먹겠다는 것" 분노
쿠르스크 접경지인 우크라 수미 지역 등 점령 의도인 듯
우크라 외무부 "완충지대? 그런 건 러 영토에서나 가능"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지에 '완충지대'(buffer zone)를 설치한다고 발표하자 우크라이나 측이 강하게 반발했다.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를 완전히 손아귀에 넣겠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에 따르면,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국제사회의 휴전 확보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시비하 장관은 "푸틴의 완충지대 발언은 완전하고 지속적인 휴전과 살상 중단, 평화 진전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나왔다는 걸 상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시비하는 "푸틴의 이런 공격적인 발언은 평화 구상을 거부하는 것이며, 푸틴 본인이 살상 행위가 지속되는 유일한 이유였고 지금도 그렇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푸틴에게) 더 많은 압박이 가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오르히 티히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도 푸틴의 완충지대 조성 계획이 러시아의 지속적인 침략 행위를 보여주는 추가 증거라며 "그런 건 러시아 영토에나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같은 날 앞서 푸틴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인근에 완충지대를 조성하는 계획을 이행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과의 화상 회의에서 "국경을 따라 필요한 안보 완충지대를 만들기로 결정했다"며 "우리 군이 현재 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완충지대가 정확히 어디에 설정될 것인지,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완충지대는 우크라이나 영토 내 러시아 접경지, 이를테면 수미나 하르키우 등과 같은 지역을 비무장지대를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푸틴이 완충지대라는 개념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에도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면 이를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 내부에 '안전지대'(sanitary zone)를 만들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해도 그는 같은 위협을 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독일 평론가 위르겐 나우디트는 푸틴이 2023년 6월 이후 최소 8번 이상 완충지대 설치를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푸틴의 완충지대 발언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이 30일 이상의 장기 휴전을 촉구하는 시점에서 나왔다.
미 전쟁연구소(ISW)는 푸틴이 최근 쿠르스크 지역 관리들과 만난 점을 언급하며, 이번 완충지대 계획이 쿠르스크와 접해 있는 우크라이나 수미주를 러시아가 불법 점령하거나 합병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쿠르스크주의 한 지역 관리는 푸틴에게 "최소 수미까지는 점령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푸틴은 "완충지대의 범위가 얼마나 돼야 하겠냐"고 되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미는 러시아와의 국경에서 약 25㎞ 떨어져 있다. 이 지역까지 완충지대를 설정한다면 우크라이나의 포격과 전술 드론 공격으로부터 러시아 영토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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