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늙었네요" 눈물 쏟기도…새 교황 첫 일정은 '눈물의 방'
신도들과 첫 만남 전 백색 제의로 환복…'새 삶' 전 묵상하는 공간
역대 교황 눈물 흘린 것으로 전해져 붙은 명칭…대·중·소 제의 비치
-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1878년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3세는 '눈물의 방'(Stanza delle Lacrime·Room of Tears)에서 자신이 교황을 하기에 너무 늙었다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그의 나이 67세였다. 자신의 예상과 달리, 레오 13세는 93세까지 살며 무려 26년간 교황으로 재임했다.
1958년 선출된 요한 23세는 큰 체격 탓에 백색 제의 곳곳을 옷핀으로 고정한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서 보고는 "비주얼은 좀 별로군요"(disaster on television)라며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그 뿌리가 기쁨이든 슬픔이든, 기원후 1276년쯤 콘클라베가 시작된 이래 수많은 교황이 눈물의 방에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 비밀스러운 방이 '울음의 방'(Crying Room)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유다.
추기경단 비밀회의(콘클라베) 둘째날인 8일 오후(현지시간) 제267대 교황이 새롭게 선출됐다. 그는 시스티나 성당으로부터 불과 몇 걸음 떨어진 이 눈물의 방을 향하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한다. 이 곳에서 교황은 처음으로 자신의 백색 제의를 착용한다.
눈물의 방이 단지 환복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이 곳에서 교황은 전세계 신도들과의 첫 대면 전 기도와 묵상으로 마지막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새 삶을 준비한다. 방을 나서는 순간 그를 기다리는 것은 하느님의 대리인이자 14억 신도를 이끄는 수장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이다.
눈물의 방에는 소형, 중형, 대형의 세 가지 교황 제의가 준비돼 있으며, 교황용 신발이 담긴 상자들도 비치돼 있다.
교황의 제의는 전통적으로 로마의 감마렐리 가문에서 제작해왔다. 그러나 이번 콘클라베를 앞두고는 로마의 보르고 피오에 위치한 제의 전문점 '만치넬리 클레르지'의 재단사 라니에로 만치넬리가 첫 제의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년 이어져온 전통이지만, 교황의 제의에도 일말의 선택권은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붉은 망토와 붉은 구두 등 전통 복장을 택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단순한 흰색 수단과 소박한 검은 구두, 흰색 두건(주케토)만을 착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출간된 자서전 '희망'(Hope)에서 "나는 평발이라 정형외과용 신발을 신는다"고 이 같은 선택의 이유를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더 나아가 첫 교황 연설인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 이후 각국 언어로 인사를 건네는 대신, 광장에 모인 신도들에게 자신을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당시 이는 그의 검소한 복장과 맞물려 '민중의 교황'으로서 겸손한 리더십을 펼치겠다는 다짐으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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