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맹공에 서방국들 최고 수위 경고 "안 멈추면 구체적 조치"
영국, 이스라엘과 FTA 협상 중단…프랑스·캐나다와 공동 성명도 발표
트럼프, 하마스와 직접 협상…중동 순방에서도 이스라엘 빠져
-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서방 우방국들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 행위를 지속하는 이스라엘에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CNN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은 이날 이스라엘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19개월 전 가자 전쟁이 시작된 이후 서방 동맹국들로부터 가장 강도 높은 비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장관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이스라엘과의 자유무역 협상 중단을 공식 선언하며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 주민들을 남부의 좁은 지역으로 몰아넣고 필수 구호물자를 극히 제한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영국은 앞서 프랑스, 캐나다와 공동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군사공세 중단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이들 3개국은 성명에서 "우리는 언제나 이스라엘이 자국민을 테러로부터 방어할 권리를 지지해 왔지만, 이번 군사적 확대는 득에 비해 실이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마스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확대와 구호물자 차단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이 공세를 멈추지 않고 인도적 지원 제한을 해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추가적인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휴 로바트 유럽 외교위원회(ECFR) 선임연구원은 "유럽 고위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의 행동에 대해 점점 더 큰 좌절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이번 성명은 톤과 메시지에서 중대한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세 나라가 하마스에 "거대한 선물"을 안겨주며 하마스의 공격을 "사실상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은 문명 대 야만의 전쟁"이라며 "이스라엘은 정의로운 방식으로 끝까지 싸워 총체적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국인 미국은 이번 공세에 대해 공개 비판을 하지는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네타냐후 총리를 우회하고 하마스와 직접 협상해 마지막 미국인 인질을 석방하는 등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중동 순방에서도 이스라엘을 방문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가자에서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며 "미국은 이 고통을 덜어주고자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제 사회는 무엇보다 3월 2일부터 이어진 구호물품 반입 제한으로 인한 인도주의 위기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식량과 의약품 등 필수 물자 반입을 차단한 이스라엘의 봉쇄로 인해 현지 구호 단체들은 활동을 중단했고, 어린이들 사이에서 심각한 영양실조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인도주의부서 고위 관계자인 톰 플레처는 이날 "구호물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앞으로 이틀 안에 1만 4000명의 아기가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사회의 우려가 이어지자 네타냐후 총리는 18일 밤늦게 식량 등 일부 구호물품의 가자지구 반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으나, 19일 불과 5대의 트럭만 가자지구 진입을 허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인권 침해가 양측의 연합 협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가자 공세를 멈추지 않는다면 EU는 양자 협정을 중단할 수 있다"며 "그 경우 이스라엘은 시리아, 라이베리아, 짐바브웨와 같은 범주로 분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2개월간 유지되던 하마스와의 휴전을 3월 들어 일방적으로 종료하고 가자지구에 공습을 재개한 데 이어, 이달 18일에는 20년 만의 가자지구 재점령을 목표로 하는 '기드온의 전차' 작전을 개시해 지상군을 투입하고 있다.
양측은 휴전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진전이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완전 철수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하마스는 이 같은 조건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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