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 이름 '베드로'는 금기시…레오·인노첸시오 등 거론
콘클라베 이틀째 진행…새 교황 선출시 본인이 직접 역사·업적 등 고려해 정해
가장 인기 있는 이름은 21명이 택한 '요한'…초대 교황 베드로 이름은 피해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8일(현지시간) 이틀째 진행 중인 가운데 곧 선출될 차기 교황의 이름이 어떻게 정해질지 관심이다.
차기 교황이 정해지면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가 오르고 성 베드로 대성당의 종이 울린다. 새로 선출된 교황은 자신의 교황명을 직접 택하는데, 이 이름이 라틴어로 발표돼 전 세계에 전달된다.
고대 기독교 초창기 교황들은 자신의 본명이나 세례명을 그대로 사용했지만, 중세에 들어 교황에 오르면 자신이 새로운 이름을 직접 택하는 것이 관습이 됐다.
특히 10세기 이후 프랑스와 독일 등 이탈리아 외 출신 교황들이 전임 교황의 이름을 모방하기 위해 이탈리아식 이름을 사용하게 되면서 이름을 새로이 짓는 것이 관례로 굳어졌다.
세례명을 유지한 교황은 극소수에 불과한데, 16세기 교황을 지낸 마르켈루스 2세, 하드리아누스 6세 등이 있다.
교황이 선택하는 이름은 역사와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전 교황이나 성인의 업적, 실패 등과도 연관돼 있다.
더럼 대학교의 가톨릭 연구센터에서 가톨릭 역사를 가르치는 리엄 템플 조교수는 CNN에 "위기를 잘 헤쳐 나간 교황, 개혁에 영감을 준 교황,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교황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은 이름을 고르는 데 종종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지난달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와 자연에 대한 사랑, 가난한 이들을 위한 배려, 그리고 교회 내 여러 종파 간의 협력에 중점을 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기리기 위해 교황명을 선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임 베네딕토 16세는 평화와 화해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고, 1차 세계대전 당시 교회의 수장이었던 성 베네딕토와 교황 베네딕토 15세를 기리는 차원에서 이름을 정했다.
지금까지 가장 인기 있는 교황 이름은 요한으로, 역사상 21명이 이 이름을 택했다. 다음으로는 그레고리우스(16명), 베네딕토(15명), 클레멘스(14명) 등이다.
금기시되는 이름도 있다. 바로 '베드로'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첫 번째 사도이자 초대 교황인 베드로에 대한 깊은 존경심과 상징성에서 비롯된 것이 크긴 하지만, 베드로 2세가 마지막 교황이 될 것이라는 중세의 한 예언을 피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한다.
또 이번 교황이 택하지 않을 이름으로 우르반과 비오도 거론된다.
템플 조교수는 "우르반은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재판을 시작한 우르반 8세의 이름을 떠올리게 하며, 과학, 신앙, 종교에 대한 현대적 논쟁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와 비슷하게 비오라는 이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그의 역할에 대해 점차 비판이 커지고 있는 비오 12세를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비오 12세는 재위(1939~1958년) 당시 나치 독일이 자행한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를 알고도 침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새 교황이 택할 유력한 이름으로는 사회 정의, 공정한 임금, 안전한 근무 조건에 헌신한 것으로 알려진 레오 13세를 뜻하는 레오, 부패를 근절하고자 했던 인노첸시오 13세를 뜻하는 인노첸시오 등이 언급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남반구에서 선출될 경우 젤라시우스, 밀티아데스, 빅터 등 아프리카 대륙 출신의 초기 비이탈리아 교황들이 채택한 이름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게 템플 조교수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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