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준금리 17년래 최고에 엔 0.5% 강세…'엔 캐리 청산' 경계
단기 정책금리 0.25%→0.5% 인상…올해 인플레 0.5%p 상향
지난해 여름 금리인상시 시장 폭락 경험…"아직은 청산 위험성 낮아"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17년 만에 최고인 0.5%로 인상했다. 이번 금리인상은 시장의 예상에 부합했지만 다소 매파적(긴축적)으로 해석됐다.
달러당 엔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은 0.5% 하락한 155.30엔대로 움직이며 엔화는 소폭 강세를 나타냈다.
엔화 강세가 더 지속되면 저리의 엔화에 기반한 거래인 '엔 캐리 트레이드'의 대규모 청산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일본은행은 이틀 일정의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마치고 24일 단기 금리목표를 기존의 0.15~0.25%에서 0.4~0.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정책위원 9명 중에서 찬성 8명, 반대 1명으로 인상이 결정됐다.
시장의 예상대로 일본의 기준금리는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과 7월 금리를 올렸다가 이후 3차례 동결했고 이번에 인상을 재개했다.
일본은행은 이번 인상을 통해 금리정책 정상화로 한발 더 다가섰다.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목표 2%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망은 상당히 공격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2025 회계연도 연간 핵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이전 1.9%에서 이번에 2.4%로 크게 올랐다. 2026년 핵심 CPI 상승률은 1.9%에서 2.0%로 소폭 상향됐다. 일본의 핵심 CPI는 변동성이 높은 신선제품만 제외하고 에너지는 포함된다.
일본은행이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을 상당히 공격적으로 올리며 추가 금리인상의 자신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은 성명을 통해 "기저 인플레이션이 목표 2%를 향해 상승하고 있다"며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와 물가 전망이 실현되면 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향후 정책에 대한 지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일본은행은 덧붙였다.
금리 결정 이후 오후 3시 16분 기준 엔화는 달러당 155.30엔대로 0.5% 강세를 나타냈다. 닛케이 225지수는 0.03% 상승해 강보합권에서 마감했다.
이번 금리인상은 기본적으로 일본 통화정책의 정상화와 출구전략 일환으로 해석된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의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에 마침표를 찍는다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거대한 엔 캐리가 청산되는 위험이 재부각될 수 있다.
캐리 트레이드란 낮은 금리의 통화로 고수익을 내는 자산을 매입하는 거래를 의미하는데, 저금리가 장기화한 일본의 엔화가 캐리 통화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일본의 금리인상은 엔화 반등의 가능성을 의미하고 이 경우 점점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특성상 자산을 팔아치우는 청산이 일어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지난해 여름 일본의 깜짝 금리인상이 미국 고용부진과 겹치면서 글로벌 매도세로 시장이 폭락한 전력이 있다.
지난해 8월 5일 도쿄 증시는 12% 폭락했다가 다음날 6일 10% 폭등하며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금리가 이전보다 높아져 자본이 일본으로 다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엔 캐리 트레이드가 풀릴 가능성은 여전하다.
관건은 환율인데 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되지 않는 한 엔화가 강하게 반등해 대규모 엔 캐리 청산이 다시 발발할 위험은 낮아 보인다.
딥매크로의 제프리 영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에 "일본은 거의 영구적으로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기조였고 정말 저성장에서 벗어났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며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을 매우 신중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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