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에 트럼프 트레이드 '불발'…"관세 불안, 美경제 신뢰 흔들"
달러지수, 올들어 0.4% 하락…4분기 8% 랠리와 극명한 온도차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올해 들어 미국 달러가 주춤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에 대한 기대감이 불안감으로 대체된 영향으로 보인다. 이른바 '트럼프 거래(Trump trade)'가 의도와 달리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불발에 그칠 위험으로 강달러 전망도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트럼프의 정책이 금리인하 여지를 줄이고 미국의 무역 상대국의 성장을 억제할 것이라는 베팅이 달러 랠리를 이끌었다. 트럼프의 관세가 무역 흐름을 재편하고 감세를 상쇄하며 다른 국가의 통화 약세를 유도해 달러에 상승압력이 가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올해 달러 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0.4% 하락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 기대감이 높아지기 시작했던 지난해 9월 말부터 당선 이후 연말까지 달러인덱스가 8% 뛰었던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달러 약세는 트럼프 거래가 실패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의 영향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에 따른 미국 경제 약세 전망을 취하는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무역 전쟁으로 촉발된 불확실성이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 뜨리고 트럼프 당선에 대한 시장 강세 반응을 약화한다고 투자자들은 우려한다고 FT는 전했다.
바클레이스의 제리 미니어 외환 거래 공동 책임자는 FT에 "트럼프 거래가 올초 축소되면서 성공하지 못했고 투자자들이 트럼프 거래를 재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 랠리가 계속 이어지려면 지속적 이유가 필요한데, 적어도 지금은 지속적 이유가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투자회사 아폴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로크는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두려움이 있다"며 무역전쟁이 "잠재적으로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력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관세와 보복 조치가 시행되면 달러가 어디로 갈지 더 불확실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클랜드 웨스트팩의 임레 스피저 통화전략가는 로이터에 "강력한 촉매제가 보이지 않는다"며 "물가 수치가 더 강하게 나오면 금리 인하 재개가 내년으로 미뤄져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약세에 신흥국 통화는 우려와 달리 상승세다. 신흥국은 지난해 말 무역전쟁과 달러 강세의 주요 피해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부 통화는 수 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는 등 암울해보였다.
하지만 트럼프의 두번째 임기가 시작된 이후 칠레 페소는 3% 이상 올랐고 콜롬비아 페소와 브라질 헤알은 6% 넘게 뛰었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최근 몇 년간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했고 이제 경제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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