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무역 전쟁의 파급 효과가 산업 전반에 파문을 일으키며 1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 다시 매서운 매도세가 휘몰아쳤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예상을 뛰어넘는 트럼프 관세가 인플레이션 정상화에 미치는 위협과 성장 둔화를 경계하고 나섰다.

반도체 엔비디아를 비롯한 기술 기업들은 세계 공급망과 밀접한 연관성으로 인해 수익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경고까지 나오면서 관세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시카고 연설에서 경기 둔화를 언급하면서 "관세가 제자리를 찾고 관세의 일부를 대중이 부담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상보다 높은 관세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의 조짐"이라고 표현했다. NYT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지금까지 발표된 관세가 연준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예상했던 것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노동 시장과 낮고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이라는 연준의 두 목표가 충돌할 수 있는 상황을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이 이중의 목표가 긴장 관계에 있는 도전적인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며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경제가 각각의 목표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고려하고, 그 각각의 격차가 좁혀질 것으로 예상되는 잠재적으로 다른 시간 범위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이 어느 목표를 우선시할지 묻는 질문엔 "의심할 여지 없이 매우 어려운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월 중순 트럼프가 관세 위협 수위를 높인 이후 미국 소비자 심리는 급격히 악화했다. 최근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은 소비자 지출이 급격히 감소하지는 않았지만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3월 소매 판매는 2023년 이후 최고의 자동차 판매로 인해 호조를 보였지만, 다른 지출 구성 요소는 약세를 보였다. 특히 물가 상승을 우려해 물건을 사재기하면서 서비스 부문 지출이 감소하기 시작할 수 있다.

중국에 본사를 둔 할인 소매업체 테무와 셰인이 4월 25일부터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거의 동일한 편지를 소비자들에게 보내며 "지금 바로 구매하라"고 충고했다. 다른 업체들 역시 재고 확보를 추천하는 분위기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캐나다로 수출되는 돼지 축사 장비를 만드는 L.B. 화이트의 영업 매니저인 마르코 베벡은 "3월 한 달 동안 모두가 물건을 들여오기 위해 애썼다"며 "캐나다에서 판매되는 돼지 축사 장비도 더 힘든 길을 마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상호관세를 발표한 지 2주가 지났고 변동성은 다소 완화했지만 비즈니스 리더들은 여전한 불확실성으로 지출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본격적인 무역 전쟁을 시작했고 유럽연합, 캐나다 및 기타 국가들과의 협상 상황도 불투명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럭셔리 대기업 LVMH의 보석 자회사인 로마 소재 불가리의 CEO 장 크리스토프 바빈은 트럼프 관세 정책과 관련해 "어제 사실이었던 것이 오늘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니며 내일은 무엇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증시 매도세의 최전선에는 기술 기업들이 자리했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가 중국용 인공지능(AI)칩 수출규제를 강화했고 이로 인해 55억달러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는 중국 정부의 대중국 판매 제한으로 8억 달러의 비용을 언급했다.

세계 최대 컴퓨터 칩 제조 장비 공급업체인 ASML은 관세로 인해 2025년과 2026년의 전망이 불확실해졌다고 우려했다. 다른 칩 장비제조업체들은 관세로 인해 연간 약 10억달러의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난주 의원들에게 말했다.

기술 압박에 엔비디아는 주가가 7% 급락하며 기술주 중심 나스닥을 3% 끌어 내려 증시 전반에 매도 압박을 가했다.

shinkirim@dqdt.shop